꿈같은 시간

by 안신영




방바닥에 떨어진 몇 방울의 촛농!


천천히 천천히 촛농을 긁어내며


꿈같은 시간을 되새김합니다.



파리의 작은 지붕 방이 아닌


서울의 제 옥탑방은


이미 異邦의 한적한 시골에서나


맛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변합니다.



스페니시풍과 집시 바이올린의


음악이 흐르며 촛불의 아늑한 흔들림


그대의 詩가 꿈처럼 펼쳐지며


그대의 소설, 시나리오 이야기로


보졸레 누보 빌라쥐의 향취가 더해집니다.



그대를 기다려 온 많은 정겨움이 묻어나는


치즈와 토마토를 썰어 접시에 담고


소꿉 장난감 같은 그릇을 재떨이로 놓아


다시 머나먼 세계로 빠져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꿈속에서조차


만나고 팠던 그대.


꿈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


드디어 찾아낸 집시 비올 롱( gypsyviolin)

연주와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 이승의 시간입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만난 그대여


인연이란 수 없이 만들어지고 부서지는 가운데


살아 남아 그대와 나.


또, 한 겹의 추억 쌓기를 합니다.


곧, 만나지기를 소망해보며


꿈같이 흐른 시간을 안타까이 바라봅니다.



촛농이 점차 지워져 버리듯


그대와의 짧았던 시간이


사라질까 왠지 두려워지는 마음입니다.




여행지의 얘기와 산막의 얘기를 들으며 파스타의 시간이 흐른 뒤에, 詩와 음악이 흐르는 서울의 옥탑방에 그대를 초대하고 싶어요. 그대를 초대하기엔 누추하지만 제가 지내며 숨 쉬는 공간이기에 오시라 할 수 있어요.


"오 실 수 있어요?"


"응 괜찮아. 파리에서 공부할 때는 지붕 방에서도 지낸 적 있어."


좋아하시는 음악을 핸드폰에 저장해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고, 와인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에게 와인을 더 대접해 드리고 싶었어요. 11월에 산막으로 들고 가려고 준비했던 보졸레 누보 빌라쥐. 몇 개월 지났어도 괜찮을 퀄리티잖아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저장해 놓은 음악을 클릭합니다.


"방이 크네" 들어서며 하시는 말씀.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어요."


냉장고를 열어 와인을 꺼내고 안주를 준비합니다. 구르메 치즈와 일드프랑스의 일드 브리를 꺼냈는데 루이 16세가 식사 후에 즐겨먹고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해서 준비한 일드 브리는 빵과 함께 먹는 거라고 하셔서 홀란드의 구르메 치즈만 준비합니다. 에그 토마토와 꼬마 오이를 준비해서 차려 냅니다.



식탁은 없지만 식탁 대용의 정리함에 꽃무늬 패브릭을 깔아서 그 위에 갖가지 놓습니다. 촛불과 함께.


블로그에서 우선 그대의 詩 "이방의 저녁 한기"를 읽으며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 좋다. 스페니시와 중동의 묘한 맛이 함께 어우러졌는데."


배경음악은 스페니시풍의 경쾌하고 애절함이 풍기는데 여러 사람이 저녁 먹고 어울리는 시간에 연주와 춤을 추는 그림이 그려지는 음악이며 분위기의 소란스러움이 꼭 그 속에 그대도 함께 춤을 추고 계신듯하여


"저 속에 선생님도 계셨지요. 신나게 춤추고 놀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알았지? 내 속에라도 들어왔니?"


"원래 많이 생각하면 알 수 있어요~ㅎ"


"이 방에서 혼자 참 많이 힘들었겠다...."


아마도 지난여름(파리에 가셨을 때), 몇 날 며칠 앓았다는 것 기억이 나신 걸까?


말을 잇지 못하시며 신산한 표정이시다.


"이제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초 저녁에 만나 식사를 하고 추워진 서울 거리를 함께 걸으며


"저 달 좀 봐. 이지러진 달."


"아, 이쁘다. 꽉 찬 보름달보다 여백이 있어서 좋은데요? 오랜만에 보는 달이에요. 어제까지 이슬비. 오늘 아침엔 눈이 왔잖아요. 참 맑네요."


"서울 아래에서 만났네." 감격스러움이 묻어나는 말.


"6년이 다 되어 가요. 그때 그리스 가기 전에 미사리에서 만났죠.(예비 지식 많이 얻고 갔는데...) 처음에 부산에서 만나고는 20년이 다 되었어요."


"그렇게나 되었나?"


20여 년 전에 만난 이후에 돌고 돌아 만난 그대여. 무슨 인연인지 알 수 없으나 그저 소중하기만 합니다.


벌써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감지합니다.


그대여~ 부디 올 해엔 소원하시는 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건강 잃지 마시고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가끔 저도 불러 주셔서 새로 쓴 詩가 좋다고 기쁨도 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기를 고대합니다.(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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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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