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일기를 보며
[나는 늘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야 할 일이 쉴 새 없이 늘어난다. 첫째로는 글을 써야 해. 깊이 있는 좋은 글. 남들이 보고서 공감이 가는 최소한 비난받지 않는 글을 쓰고 싶은데 잘 못 쓰고 있다. 독서도 부지런히 해야 하는데 책상 위에 쌓여가는 책만 늘어난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들은 언제 빛을 보게 될까? 또 선물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사다 놓은 옷감과 부자재들이 가득인데 언제 다 만들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마음만 먹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생각은 넘치는데, 행동은 늘 뒤처져 있다.
머릿속이 가득할수록 몸은 더 움직이지 않고 굼떴다.
필사도 독서도 며칠을 넘기지 못하다 자신에게 부끄러워 채찍질을 해야만 했다.
피곤하다고 몸이 불편하다며 자신에게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각마저 무뎌진 채, 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를 아무 일 없는 얼굴로 걸어 다녔다.
편한 것이 좋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글을 쓰고 시를 짓던 시간들이 내 삶에서 가장 충만했던 때였다는 사실이 선명해지는 걸 느꼈다. 살아 있음에 무엇인가를 증명하려 애썼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라도 삶을 성실히 들여다보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걸으며 마주친 풍경에 의미를 붙이고,
스쳐 가는 감정을 붙잡아 문장으로 가다듬던 날들.
그 시간들은 성과도 결과도 없었지만
내 삶의 속도가 가장 인간적이던 순간은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덜 치열하다. 한 때는 치열해야만 한다고 자신을 다그친 적도 많다.
가끔 옳게 가는 것일까. 이 길이 맞는가라고 자문도 해본다. 그러나 완전히 길을 잃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멈춘 채로 오래 서 있었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지나치게 익숙해졌을 뿐이다.
어쩌면 실천이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진정한 내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 줄을 쓰고, 한쪽을 읽고, 느낀 것을 느꼈다고 인정하는 것. 재촉하지 않고 느려진 몸을 달래 가며 사용하는 훈련을 하자.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며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을 단련해야 할 것이다.]
글을 잘 쓰지 못해서 고민이 많았을 때의 일기를 읽다가 인사드립니다. 새해를 맞아 다짐도 해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작가님들께서 찾아주시고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각자의 속도로,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