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율이의 상상 놀이터
손녀 하율이는 강아지 하양이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함께 사는 존재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3년째 키우고 있는 하양이와 하율이는 동무처럼 지낸다.
산책을 시키고, 장난을 걸고, 때로는 말을 건네며 하루를 나눈다. 그래서일까. 학원에서의 과제로 강아지를 선택해서 놀이기구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머리에 리본으로 예쁘게 치장한 커다란 로봇 개.
그 입까지 길게 놓인 사다리를 타고 아이가 올라간다.
입 안으로 들어가 등 쪽 문을 열고 나오면, 꼬리에 매달린 그네가 있고 미끄럼틀도 이어져 있다.
배 옆에는 창문까지 나 있다.
처음에는 그저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원래 세상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니까.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에게 강아지 하양이는 더 이상 ‘돌봐야 하는 존재’가 아니구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몸을 부대끼고 눈을 맞추고 까르륵 웃음을 나눈 그 시간들이 강아지를 하나의 세계로 키워 놓았구나.
그래서 아이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놀기 위해서.
어른들은 대개 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보살피고, 책임지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게 만난다.
함께 있는 시간을 놀이로 바꾸고, 그 놀이를 다시 하나의 세계로 넓힌다.
그래서 강아지는 타고 노는 놀이터가 되고,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하나의 우주가 된다.
그림 속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친근한 친구로 함께 부대끼며 지내 온 시간이 신나게 놀아 볼 수 있는
다정한 세계로 다가온 것이다.
그림을 다 보고 나니 하율이네 하양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가족을 바라보지만
어쩌면 그 안에는 하율이가 드나드는 작은 세계 하나쯤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미술학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