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손녀딸
멀리 살아 일 년에 몇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손녀딸 하율이.
하율이는 새 학기가 되면 벌써 4학년이 된다.
꼬물꼬물 손을 움켜쥐던 아기였고, 아장아장 걸음을 떼던 아이가 댕글댕글 웃음으로 집 안을 밝히던
앙증맞은 손녀.
그 아이가 어느새 쑥쑥 자라 이렇게 의젓해졌다. 이제는 제법 컸다고, 자기만의 시간이 더 소중해져
할머니와 마주 앉아 보내는 시간은 예전보다 짧아졌다.
그래도 내려간다고 하면 몇 밤 자고 갈 거냐고 제일 먼저 묻는 손녀다. 그냥 옆에만 있어도 좋은 지 오래오래 있다 가라고 한다. 지난번엔 생일 선물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커다란 종이꽃 한 송이를 두 손에 쥐여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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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참 잘하더니 큰 꽃잎, 작은 꽃잎을 정성껏 오려 붙이고 색을 입힌 손길에는 하율이의 마음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디까지 자라 줄까, 하율이의 재능과 마음은 어디까지 피어날까. 할머니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키도 훌쩍 크고 마음도 엄청 큰 것 같다.
이제는 강아지 하양이 산책도 혼자 시키고 들어온다.
엄마가 감기 기운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피곤해 보이면 말없이 하양이를 데리고 나가
한참을 걷다 돌아오는 아이.
그 마음이 어찌나 기특한지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형제가 없어 하양이를 동생처럼 여기며 깔깔 웃고 장난도 잘 친다. 장난이 지나쳐 하양이가 으르렁대면
그 모습이 무서웠는지 학원에서 “○○은 ○○이다”라는 과제에 호랑이 얼굴을 그려 놓고는
“하양이는 호랑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하율이.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 주는 손녀.
곧 사춘기가 와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처럼 순둥순둥하게 조용히 커 갈지도 모른다.
그 무엇이 오더라도 내 손녀가 지닌 깊은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기를.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를 잘 지켜내며 무사히 자라 주기를,
이 할머니는 오늘도 조용히 빌어본다.
*사진; 양아영. 미술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