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보내는 시간

돌봄의 자리

by 안신영

딸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 휴무일에 맞춰 막내딸이 미리 예매를 해두고 연락을 했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을 먼저 꺼내 놓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조용히 마음을 건드린다.

영화관에 들어가다 잠시 멈췄다.
몇 좌석 되지 않는 조용한 공간,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자리였다.

“비쌀 텐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딸이 웃었다.
“엄마랑 1년에 한두 번인데, 편하게 보셔야지.”

그 말이 등을 먼저 받쳐주었다.

지난여름에도 둘이 "귀멸의 칼날"을 보았는데 그 좌석도 다리를 쭉 뻗고 편했었다.

그런데 이 프라이빗한 공간은 색다르다.

*지난 여름 영화관에서

딸은 매점에서 음료를 사 오며
내 손에 물병 하나를 쥐여주었다.

감기로 목이 말랐던 나는
뚜껑을 급히 돌려 물을 마셨다.

“탄산수는 내가 먹어야지. 히히.”

외출할 때마다 물을 챙기던 쪽은 늘 나였는데,
오늘은 빈손으로 따라나선 사람이 내가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자꾸 시선이 옆으로 갔다.

어릴 때는 내가 먼저 살피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그 아이가 내 상태를 먼저 읽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딸이 푸딩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음… 푸딩은 못 참지.”

하는 딸에게 많이 사주고 싶어서

"엄마가 사줄게"

"두 개만요."

나는 딸을 알기에 말없이 두 개를 샀다.

점심을 사주겠다는 말에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푸딩을 건네받는 얼굴은 환하다.

“잘 먹을게요.”

밥을 먹으면서도 딸은
내 접시에 고기를 자꾸 올려놓았다.

“엄마, 고기 많이 드셔야 해요.”

나는 말없이 받아먹었다.

딸이 건네는 대로,
그저 따라먹었다.

예전에,
내가 하던 방식 그대로였다.

돌봄은 이렇게 자리를 옮긴다.
말없이, 티 나지 않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사진; 양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