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는 하늘을 날고

광한루원에서

by 안신영

남원역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글벗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점심을 먹고, 함께 광한루원으로 들어갔다.

여유로운 광한루원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오작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래전부터 <춘향전>으로만 익숙하던 곳이었지만,

막상 들어서니 이야기는 뒤로 물러났다.

오작교로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발걸음이 느려졌다.

물속에는 팔뚝만 한 잉어들이 유유히 몸을 틀고 있었고,
그 위로는 색이 유난히 또렷한 수컷 원앙들이 떠다녔다.
물아래와 물 위가 서로 다른 세상처럼 겹쳐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고, 누군가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도, 나는 한동안 아무 이야기도 떠올리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은하수라 불린다는 연못에 또 하나의 광한루 위에 잉어가 날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였다.

물아래와 위가 서로 다른 시간처럼 흘렀다.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더 남아 있었다.

같은 길을 걸어 들어왔는데, 서 있는 자리는 조금씩 달랐다.

나는 은하수에 빨려들 듯 마냥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이도령과 춘향이의 시간으로 가기라도 하려나.

붉은 잉어 한 마리가 하늘을 날듯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