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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Dec 27. 2020

호야

호야 추억하기

                                                                                                                                                           

호야는 14년 된 요크셔테리어입니다.


아기 때 분양받아서 지금껏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아온 정이 끈끈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제가 서울에 있으면서 매 달 한 번씩 내려와 2박 3일 지내다 올라가곤 했는데요.


지난여름에 내려와 함께 지내는 사이에 느낀 점은 호야의 마음이 유난히 저를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제 무릎에서 떠나지 않고 껌딱지처럼 붙어 잠을 잘 대가 많아 별명이 하나 늘었습니다. 껌딱지.



우리 가족은, 호야가 왜 그럴까?

왜 엄마에게 집착을 할까? 의아해했지만 유튜브에 실린 동영상을 보고서야 호야를 이해하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으로 호야를 대하고 있지요. 안 그래도 온 가족이 호야를 사람 이상으로 보살피고 있었지만요.


 개의 나이는 한 살이 사람 나이로 5~7년이라는 것이죠. 이 사실은 개를 오랫동안 키워 온 우리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그런데 미국의 한 유튜브에서 슈나우저가 2년 만에 만난 누나를 보고 반갑다고 껑껑 짖으며 좋아하다가 실신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그 슈나우저가 짖는 소리를 거의 울부짖는 소리로 들었는데요. 다른 주로 전근을 가서 2년 만에 집에 돌아온 누나를 반가움에 달려들어 낑낑거리며 짖다가 울다가 기절을 하는 그 아이의  심정이 우리 호야랑 똑같은 것은 아니었나. 이 아이들은 우리의 2년이 10년이 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호야처럼 나이가 많은 노견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대요. 눈도 차츰 어두워지고 민감하던 귀도 청력을 잃게 되어 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스트레스를 풀을 방법도 여의치 못하다고 하는군요. 좀 더 함께 있어 주고 사랑해주는 길밖에는... 슬픈 일이지만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처럼 활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자주 잠을 자고, 요즘 호야는 거의 하루 종일 웅크리고 잠을 잡니다. 집안에 가족이 돌아오면 반갑게 꼬리 치고 안겨서 반갑다는 의사 표현을 조금 하고 나면 제 편한 곳으로 가서 자리 잡고 엎드려 있거나 가만히 앉아 분위기를 살핍니다. 아침마다 둘째네 집에 들어서면 엄마가 왔다고 반가워 마루까지 마중을 나오거나 아니면 큰 방에서 문턱 넘어오는 일도 하지 않고 '엄마가 와서 안아라'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며 서 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의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온 남자를 만나 부산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그때에는 일 년에 한 번 서울 가기도 어려운 시집 생활을 하면서 몇 년 만에 친정에 올라가면 나를 잊지 않고 반기던 몰티즈견들이 있었지요. 그 애들은 친정 식구들과 함께 생활했으며 특히 아버지께서 듬뿍 사랑을 주셨으니 울부짖고 기절까지는 안 했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우리 집만 좀 유난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워낙 좋아했기에 부모님께서도 제 뜻에 따라 키우다가 정이 드시니 알뜰살뜰 보살피셨던 것이지요.  흰색 몰티즈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부산 시집으로 데려갔을 정도로 개를 좋아했지요.  그렇게 키우던 예삐도 13살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저희 딸들이 어릴 때라서 한 나절을 울며 슬퍼해서 눈들이 팅팅 부을 정도였는데. 저는 애들 우는 소리에 엄마라고 울지도 못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앓았지요. 

딸들이 커서 호야를 키우며 노견이 되고 나니 하는 말  "그때 엄마가 제일 맘이 상했을 텐데...." 하더군요. 대가족 살림에 힘들면서도 천성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보살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대형 수족관에 거북이까지.

 

 호야를 바라보며 옛 생각이 났는데 그때는 내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아서 지금의 호야를 보살피듯 예삐를 보살펴 주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산책도 하루에 한 번 정도였지만 베란다 문을 열어 달라는 영특함이 있어서  문을 열어 주면 나가서 용변을 보곤 했지요. 그 당시에는 애견 용품도 지금처럼 되어 있지 않았을 때였지요. 그러나 그 후 많은 개들이 나의 손, 우리 집을 거쳐 가긴 했지요. 유기견들요.

 

  호야는 내게 안겨서 산책 나갈 때까지 편안하게 있습니다. 천사 같은 얼굴로 지긋이 눈을 감고 코를 골며 잠을 잡니다. 호야가 작년에도 이렇지 않았는데 올해 부쩍 잠이 많고 내 곁에서 떠나길 싫어하는 것을 보니 제가 없는 동안 무척 쓸쓸했나 봅니다. 가끔 며칠씩 서울에  다니러 가면 산책도 안 하고 망부석이 된답니다. 밥도 잘 먹지 않고요. 딸은 "엄마가 안 계셔 호야가 우울한가 봐요." 하고 소식을 전합니다. 그럼 제 가슴은 먹먹해집니다. 

 

 여름에 내려와 호야를 보니 기운도 없고 활발한 움직임이 없어 걱정이 많았었지요. 나이가 많으니 이별의 순간이 바로 올까 봐 늘 마음을 졸입니다. 방법은 우선 기운 차리도록 호야가 좋아하는 보양식을 만들어 며칠 먹이니 기운은 차렸고 다시 활발한 호야로 바뀌었지요. 다만 나이가 많으니 젊은 시절처럼  기운이 팔팔한 상태는 아니지만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저녁마다 산책하는 일이 다시 시작되어 기분이 좋아진 호야.


 하루에 두 세 차례 공원길을 돌면서 저 또한 운동이 되는 산보를 합니다.

그런데 반려견의 나이로는 고령이기에 점점 걱정이 됩니다. 요크셔테리어는 관절이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원래 뒷다리의 슬개골이 탈골되었던 적도 있어서 관절 약도 먹이면서 건강관리를 해주고는 있지만 다리가 많이 아픈지 좋아하는 산책을 가끔 하기 싫어합니다.


 올 겨울은 많이 추워서 옷을 따듯하게 입혀도 덜덜 떱니다. 

잘 걷던 길도 망부석이 되어 걷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럼 살살 달래 가며 안아서 걷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30~40분씩 걷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멈추면 이 아이의 다리가 더 약해질까 봐 "얼른 산책하고 누나한테 가자"하면 말귀를 알아듣고 걸음이 빨라집니다. 


 그럼 공원길을 한 바퀴 돌고 걸음걸이를 봐 가면서 안아 올려 안고  다시 걷습니다. (2014. 12)



              *지난여름의 호야

        


              *내 옆에서는 이렇듯 평화롭게 잠을 잔다. 지난가을.



                      *가을날 낙엽이 쌓여가는 공원길을 둘이 걷다가 "호야~사진 찍자." 하니 멈춤.


          


              *망부석 호야. 요즘은 가끔 이렇게 서서 오도 가도 안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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