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를 재촉하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잠시 부산에 와 편안히 쉰다.
아이들은 아주 내려온 줄 알고 좋아한다.
말없이 현관문을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며 놀래는 아이들.
컴퓨터를 하고 있던 손녀도 튀어나와 안긴다.
주말 밤이라서 밤늦도록 잠을 안 자고 있었나 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 꼭 끌어안고 얼굴을 비빈다.
우리 호얀 정신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엄마가 웬일이지? 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아는 체를 하길 바라며 그 동그란 눈으로 나만 쫓는 호야.
애들은 말도 없이 오느냐.
니들 마중 나온다 할까 봐 조용히 왔어.
기분도 씁쓸하잖아.
왜 그런 생각해?
우린 엄마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생각해 보고 있는데...
비는 여름 장맛비처럼 세차게 온다.
번개가 치고 우르릉 쾅쾅 무섭도록 천둥도 요란하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꽤 추워지겠구나....
좋은 시간이다.
음악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오랜만에 푹 쉬는 이 시간.
전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오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집에 오는 길에 시장을 봐 오던가,
주일 예배 마치고 교회 옆에 있는 부전 시장에 들러 밑반찬 거리까지 사들고 들어와
애들 좋아하는 각종 김치를 담아주고, 밑반찬도 만든다고 종일 주방에 서 있었는데.
곧 내려 올 생각을 하니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여유롭다.
늘 종종걸음 치며 살았던 세월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 해.
둘째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라도 오늘은 비가 내려 시장에도 못 가고 발이 묶였다.
앉은 김에 쉬어 간다고 오늘은 누워서 뒹굴 뒹굴 억지로라도 편안한 마음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무료하고,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이 가득해 쉬어도 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다 못해 인터넷이라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접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
현대인의 고질병 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게으름 속에 나를 집어넣는다.
모처럼 시간이 난 큰 애에게 스마트폰에, PC에 음악 다운로드하는 것을 새롭게 배워 터득하기도 한다.
젊은 애들에게 배우는 것은 새로워서 좋다.
모르는 것은 무조건 애들에게서라도 배워야 직성이 풀린다.
애들은 뭐든 저희들이 해준다고 하지만 서로 바쁜 시간. 각자 터득하고 알아서 움직여야 편하다.
음식이야 내가 만들어야 할 것. 애들이 해야 할 것 분류가 되지만 새로운 기계를 접하는 것이라든가.
스마트폰으로 올라오는 게임조차 하지 않아도 무엇인지는 알아야 손녀딸과 거리감 없이 소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을 써야 했던 손녀가 다행히 한쪽 눈의 시력이 돌아오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시력이 나빠 평생 안경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큰 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자 울었지.
내가 내려오면 애들이 편할까?
애들은 하루라도 빨리 내려오길 원하는데...
마음은 이미 쉬기로 작정을 해서인지 새롭게 다가올 미래의 시간이 설레기도 한다.
10년 넘게 계속 일을 했는데 그만둔다고 결심을 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게 최선의 선택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문제겠지.
난 또 서울 생활에서 패배한 것인가?라는 자문 속에 자성의 시간을 가져 본다.
호야는 이렇게 우릴 바라본다.(수년 전 하늘의 별이 된 호야 )
우리 호야의 마음속에 비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새 글을 쓰다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서랍에 넣습니다.
오늘 하루 조금 바빴는데, 좀 무리를 했나? 쉬어야겠네요.
어제 병원에서는 비염이라고 합니다.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