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금 대신 해볼만한 일
금요일 밤은 고요하다. 아니, 고요해졌다.
대학생 때는 금요일 밤엔 달려야 했다. 누군가를 만나 술 한잔을 걸치며 신나게 놀고 "아, 이제 집에 가야겠어"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체력을 소모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실패하면 몸이 간질간질하고 괜히 카톡이나 페이스북을 하염없이 쳐다보기 일쑤였다. 인생의 손해를 본 것 같았고, 씁쓸해졌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외로움이라고 불렀다.
직장인이 되니 당연히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하루의 상당 부분이 고정적으로 업무 시간이라는 칼에 잘려 나갔고, 나는 그런 도려냄을 월급이라는 대가 아래 묵묵히 참게 되었다. 개인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현재를 직장인의 비애라 여기고, 내가 버는 돈으로 할 수 있게 된 몇 가지를 되새기며 지냈다.
그렇다고 개인 시간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은 만나고, 운동을 하거나 몇 페이지의 책을 읽고 그만큼 몇 글자의 글을 쓴다. 원대한 목표를 품고 "자, 한 걸음 한 걸음씩 나가 보자!"라는 식의 목적이 담긴 행동은 일단 없다. 힘이 빠지지만 사실이다.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무얼 위해 열심히 사는 거야?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거기에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약간의 공부를 한다. 또 살아남기 위해 러닝 머신 위를 달린다.
"그건 실용적인 일이 아니었어"라고 나중에 결론 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눈에 잡힌다. 조급해진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나를 옮아맨다.
그런데 진짜로 무얼 해야 한다는 목적이 없다. 악순환이다. 스스로 납득할만한 목적을 세우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멈춰 선다. 그저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추울 때는 이불을 목까지 덮고 쿠션감이 좋은 베개를 베고,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어두고 가만히 천장을 응시한다. 그러고 있으면 주변이 고요해진다. 저 멀리 강아지가 짓는 소리, 어디론가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고요함에 나의 불안, 걱정들도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다. 천장엔 아무것도 없다. 흰 벽지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게 필요하다. 나는 잠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바라보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금요일 밤이 최적이다. 모두가 나가 놀고 있는 그 시간에는 반작용처럼 조용히 나를 돌아보기 쉽다.
금요일 밤에 홀로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는 내 나름대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목적은 여전히 부재중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