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을 뛰어 넘는 곳
두바이에 갔을 때, 나는 여러모로 놀랐다. 무엇보다 시원한 날씨가 그랬다. 반팔을 입으면 추울 초가을의 날씨.
그 당시 나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이십 대 초반이었으나, 견고하거나 심플하게, 또는 화려하게 지어진 그 나라의 건물들은 그런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하는 듯했다.
'이곳을 떠나면 너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야. 수많은 여행자가 그러하듯'
이란계 미국인 코미디언 마즈 조브라니가 언젠가 쇼에서 말했다.
"두바이몰 안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삑- 삑- 소리가 들렸죠"
"뒤돌아보니 택시 기사가 경적을 울리며 비키라고 하더군요"
"Zara 매장에 가야 한다고, 두바이는 그런 곳입니다. 쇼핑 몰 안에 택시가 돌아다녀요."
두바이 몰에 갔지만, 택시를 보진 못했다. 사실 두바이몰 내부를 거의 돌아보지 못했다. 얼굴, 국적도 생각나지 않는 가이드가 말했다. "다른 곳도 가보려면 시간이 없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소화하기 힘든 여행 일정이었다. 무언가를 정확히, 깊게 알려면 오랫동안 봐야 하는데 보통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주어져 있지 않으니, 예나 지금이나.
30분도 안되어 두바이 몰을 떠났다.
하지만 문화 쇼크는 느꼈다. 두바이 몰 안에는 스키장이 있었다. 반팔을 입고 커다란 유리관 안을 바라보고 있으면 거기엔 흰 눈이 쌓여 있고, 잔뜩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스키를 탔다. 밖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표현하기 힘든 놀라움이 소름처럼 피어났다.
두바이 여행 당시 사진을 잔뜩 찍었는데, 찾아보니 몇 장 남지 않았다. 여러 사유로 지워지거나 아니면 지웠다. 24살 과거의 나는 29살인 지금의 내 안에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 소멸되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슬픔이 든다. 세상 사람 누구나 느끼는 범용적인 그런 것.
어찌 됐건 두바이에선 맥주를 마시지 못했다. 상점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 종교적 차원의 규제라고 들었다. 그것도 놀라웠다. 맥주가 없는 여행이라니.. 내겐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음악 없는 조깅과도 같은.
맥주 한 잔 정도는 신께서도 용납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신에게도, 두바이 종교인, 정치인들에게도 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아쉬움이란 매번 그런 식으로 맥없이 끝났던 것 같다.
두바이 몰 안에 있는 스키장 사진. 출처는 from 네이버 블로그 이베리스 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