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정 냄새를 맡으면 단순히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화학물질과 코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의 결합으로 시작되어, 그 특징들을 통합적으로 처리 하는 과정을 거쳐요.
그런데 왜 유독 냄새, 향기를 맡으면 즉각적으로 강렬한 감정이 느껴질까요? 저만 느끼는 게 아닌지, '프루스트 현상 Proust Phenomenon' 이라고 이 현상에 이름이 붙어있을 정도입니다. 1913년 출간된 그의 소설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린시절 기억을 생생히 떠올린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이건 주로 후각이 우리 오감 중 유일하게 초기 단계에서는 시상(Thalamus)을 거치지 않고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Amygdala (편도체) 등의 limbic system (변연계)에서 일어나요. (한편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지각은 orbitofrontal cortex등의 neocortex에서 이루어집니다)
* Amygdala (편도체)
사회공포증 환자에서 화난 얼굴에 더 많이 활성화되고, 우울증 환자에서 쉴 때도 과활성화 되어 있고 나쁜 자극에 더 많이 반응하는 등 감정과 관련된 연구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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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간질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측 측두엽 절제술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piriform cortex, entorhinal cortex 포함)을 받은 H.M. 이라는 환자의 사례가 유명합니다. 이 환자는 후각 탐지는 정상이나, 그 냄새가 무엇인지 변별은 하지 못했어요. 즉, 모든 냄새가 똑같이 느껴진 것입니다. 이 사례 후각이 단순히 자극의 물리화학적 특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기억에 기반한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Eichenbaum, H. et al.,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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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숙련된 전문가(조향사 등)라 할지라도 혼합물 내 성분이 3개 이상이 되면 각 성분을 따로 식별하지 못하고, 전체를 하나의 새로운 '단일한 냄새'로 통합해 버린다고 합니다. 이는 후각 처리가 개별 특징을 추출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전체를 하나로 묶는 방식임을 암시해요. (Livermore, A. and Laing, D.G.,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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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전문가의 fMRI 연구 결과,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냄새 자극에 대해 더 즉각적이고 표적화된 감각 반응을 보이며 특정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Pazart et a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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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코로나 (COVID-19) 걸리면 냄새 못맡는다는 말 있었던 것 기억나시나요.. 실제로 코로나 환자의 과반이 후각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K L Whitcroft & T Hummel, 2020 참고함) MRI를 촬영해보면 olfactory bulb가 위축돼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답니다. 다만 이런 증상들은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이 있어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더 많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