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기분_2
홍콩 하면 침사추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홍콩으로 떠나기 전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거나 미리 공부를 하지 않았다. 평소 여행을 그렇게 하는 타입이라 그랬는데, 다행히 홍콩이 작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가이드북을 보며 다음날 여행지를 생각했고, 그 다음날은 숙소에서 그렇게 했다.
언제부턴가 의도치 않게 즉흥여행을 즐기게 되었는데, 그 재미는 늘 기대 이상이었다. 이런 걸 자유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유롭다.
침사추이도 꼭 그랬다. 사실 홍콩 하면 침사추이를 들어봤을 법도 한데, 난 홍콩에 도착해서 처음 알았다. 홍콩의 매인 스트리트의 이름이 침사추이라는 것을. 그래서 난 누군가의 침사추이, 보편적인 침사추이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겪은 홍콩은 온전히 나의 홍콩인 셈이다.
나의 자기애란...
홍콩의 주요 여행지는 크게 중국 대륙에 붙어 있는 구룡반도와 흔히 우리가 홍콩이라고 부르는 홍콩섬으로 나뉘어 있다. 침사추이는 구룡반도에 위치해 있으며 홍콩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 반도의 끝자락이기도 했다.
2박 4일의 여행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 역시 침사추이였는데, 그곳이 좋아서라기보다는(물론 좋다!) 숙소가 침사추이에 있었고, 공항버스를 타는 곳도 침사추이에 있었고, 기타 등등 그곳이 워낙 모든 것의 중심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홍콩 도착 당일, 침사추이는 굉장히 한적했다. 물론 새벽이었으니까 그랬을 테다.
다음날 아침. 조금은 이른 시간부터 발발거릴 준비를 했다. '이 정도면 얼리버드다!' 싶은 시간에 숙소를 나섰는데 웬걸. 지난밤의 침사추이는 온 데 간데없고 세상의 모든 분주함은 혼자 다 품은 거리가 눈 앞에 펼쳐졌다.
양방향 도합 4차선의 좁은 거리는 홍콩의 상징인 빨간 택시들과 2층 버스로 건널 틈이 없었으며, 횡단보도마다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빼곡히 서서는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적북적.
평소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에겐 그 상황이 영 탐탁지 않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기분이 들떴다.
그래! 이게 홍콩이지!
홍콩에 대한 선입견 하나 없이 왔다고 자부했는데 사실 난 분주한 홍콩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셈이다.
각양각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뒤섞이는 아침 거리, 홍콩영화에 봤을 것이라 기억하는 낡은 고층 빌딩, 구비구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골목과 정돈되지 않은 채 저마다의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고 있는 간판들까지. 언젠가 꿈꿨던 홍콩들이 우후죽순으로 떠올라 눈 앞의 침사추이와 하나 됐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길을 건너는데 솨아-
바람이 불어왔다.
바다 쪽인 듯했다.
불현듯 홍콩에 왔음을 실감했고, 나에게 어떤 판타지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서 와, 홍콩은 처음이지?"
침사추이의 분주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고 기억할란다.
the end.
* 별로지만 사진은 직접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