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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Dec 22. 2021

어서 와, 책방에선 처음이지?

진화하는 중입니다

플리마켓을 열었다. 벼룩시장 말이다.

책방에서 그런 것도 하냐며 홍보문을 보고 오가는 분들이 다들 놀란다.

퇴촌에서  책방도 열었는데 뭐는 못하겠냐고 너스레 떨었다.

안내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광주댁 할머니는 청국장도 팔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으셨다.

당연하다고 했더니 얼굴이 환해져 집으로 냅다 가셨다.



올해  아쉬움이 없을 만큼 많은 행사를 책방에서 했다.  

거리두기로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들도 있었지만  가능한  범위라면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통기타, 대금, 피아노 등 연주회는 물론이고,

용기와 도전을  주제로 한  독립영화도 상영하여 참가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전, 동화인형극, 공예교실, 바리스타 강연, 디지털 수업, 인디밴드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었다.  남녀노소, 장르를 넘나들며 공간을 활용하여 함께 할 수 있는 문화행사는 고민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주변에서는  무리라며 만류했지만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우려와 다르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작은 책방에서 열린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에 동네분들을 비롯하여  인근 도시에 사는 분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책방을 단순히 책만 파는 곳으로 인식하던 분들은 적잖이 놀라워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독서모임 정도가 책방의 색깔이라고 단정 짓던 것들이  경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팬데믹 시대에는  어쩌면 이렇게 작은 예술공간들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동네책방이야말로 문화 플랫폼으로 제격인 셈이다.  내가  직접  해보니 그렇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모여 좀 더 내밀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곳.

동네책방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댁 할머니가  손수  농사짓고   담그신 장류를  비롯해  진열된 물건들 대부분이 완판 되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에게 신나는 경험이 되었다.  

나로선 색다른 도전이어서  의미가 크다.

벌써부터 내년 플리마켓 일정을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다며 감사인사를 가슴 벅차게 받았다.


공간,  공간은 사람이 본질이다.

제 아무리 이쁜 공간인들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내년에도 서행구간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온기로 가득 차길 바라며..

책방은 지금 진화하는 중이다.


어서 와, 이런 즐거움 책방에선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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