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맛집 소설 - 블러드 메리
마늘 단편 - 미겔스펍
나는 좀 화가 났다. 처음 보는 옆자리의 젊은 커플에게 술을 서너 잔 은 산 것 같고 내가 가볍게 안주로 먹을 생각으로 주문한 나쵸까지도 그들에게 셰어 했다. 뭐, 이유는 심플했다. 그간 홀로 BAR나 PUB에 오면 옆 자리의 손님들에게 늘 그렇게 해왔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해지게 되고 관. 계라는 것이 만들어 지니까. 그들과 나는 한 참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최근 연예계 이슈부터 정치 이야기, 심지어 군대와 종교이야기까지. 하지만 언제부터 인지 비워진 내 술잔은 삼십 분이 넘도록 채워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그들도 나에게 한 잔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내가 또 한 잔, 아니 그 이상을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내가 조금 취하긴 했다만, 그래도!! 그래도!!! 나에게 한 잔 정도는 예의상 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의를 아는 나이기에, (혹시나 그들이 민망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술을 더 주문하지 않고 미소도 잃지 않으며 앞에 있는 바텐더와 옆 자리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역시 나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당연,!!!! 아니!!! 당연한 게 아니잖아!!!!! 이봐!!!! 매너라는 게 있다구!!! Manner!!!! 내가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구!!!! 내가 이 정도로 젠틀하고 품격 있는 사람이니, 너희도 한 잔 정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구!!! 이 세상이 기브엔 테이크인 것도 모르냐?!?!!! 너희는!!!! 이 부분에서 나의 머릿속에서 딱하는 소리가 났고 나는 갑자기 정신이 돌아왔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내 앞의 술잔은 여전히 비워져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들을 잘 알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나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한자리에 있어왔고, 우리의 시간은 그저 같이 흘러간 것뿐이었다. 나는 잠시나마 이기적으로 그들을 사랑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먼저 나를 떠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화가 났던가. 내 옆자리의 우측에 앉았던 두 커플은 나라는 존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사랑으로 꽉 차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내가 먼저 그들을 떠나갈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스터를 부른다.
"블러드 메리를 한 잔 주시요. 가능한 토마토를 꽉 눌러서."
마스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바로 재료를 준비해 익숙하게 블러드 메리를 만들어 내 앞에 올려놓는다. 내 앞자리는 이제야 블러드 메리로 꽉 찬다. 토마토는 숙취에 좋다. 내가 블러드 메리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다. 첫 번째 이유는 무라카미 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