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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Dec 22. 2019

끝이 아니길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쾅' 소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을 마시고 있던 그들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바로 밖으로 나간다. 바로 앞 작은 사거리에는 택시 한 대가 비스듬하게 서있다. 그리고 어두움 끝에 회색 빛의 오토바이가 뉘어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들이 주변을 살피다가 사거리 가운데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누워있는 사람을 향해 뛰어간다. 택시운전사는 그제야 택시에서 내려 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필시 보험회사, 그리고 응급병원 등일 것이다. 그 들 중 한 명도 911에 전화를 한다.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누워있는 사람의 헬멧을 벗긴다. 헬멧은 벗겨졌지만 다친 사람, 아니 짧은 머리의 젊은 20대 초반, 아니 고등학생 같기도 한 아이는 말없이 껄떡껄떡 숨만 삼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코와 입에서는 찐득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은 한 명은 그토록 조용한 거리의 한가운데서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서 받는다. 

"야이, xx야. 어디길래 전화를 안 받아. 언제 끝나? 지금 우리 곧 모여. 토요일 밤이잖아." 

침묵하고 있는 전화기 주인 대신 전화기를 받은 그가 대답한다. 

"큰 사고가 났습니다. 친구라면 이 쪽으로 와주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더 큰 소리로 답한다. 

"뭐야. 너, 이 ××. 당신 누구야? 뭐야?... 뭐... 무, 무슨 일이지요?" 

전화기를 들고 있던 그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는, 끊자마자 울린 그의 여자 친구의 전화에도 그의 비보를 전한다. 그 사이 경찰차가 두 대 도착하고, 뒤를 이어 엠뷸런스도 도착한다. 그는 전화기를 든 채로 누워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그 아이의 얼굴을 본다.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호흡을 하고 있고 동공은 풀려있다. 피는 간헐적으로 코와 입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오빠!" 

여자 친구인듯한 여자의 외침이 뒤에서 들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꿈이길 바랬다. 진심 꿈이길 바랬다. 나는 지금까지 네 명 이상의 친구를 오토바이 사고로 잃었고 열 명 가까운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친 것을 봤다. 오늘은 그 친구들이 더더욱 생각나는 밤이다. 찰나에 순간에 자신의 실수로 혹은 타인의 실수로 사고가 나서 오늘 본 이 아이처럼 거리에 홀로 누워 있을 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글을 쓰며 길을 걷는 도중 '윙' 소리가 나길래 쳐다보니 20대처럼 옷을 입은 젊은이가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내 옆을 쌩하고 지나친다. 나는 바란다. 지금 이 친구가 아무 탈 없이 오토바이를 쭉 탈 수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꿈에 나온 그 친구가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기를. 나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길 위에 서있다. 차갑고 좁은 시멘트 인도 위, 나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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