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Jan 08. 2020

네일아트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오스트리아를 관광할 때 빼놓으면, 화내지 않기로 유명한 내 친구 동주도 섭섭해할 만한 다크 슈타인 (독일어로는 다그흐으슈타허으인) 산 정상에 올라 그 거대한 협곡을 보았을 때 나는 노아의 방주가 떠올랐다. 노아의 방주를 생각하다 보니 전 세계를 여행하는 대형 크루즈가 연상되었고,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는 한 젊은이가 큰 크루즈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이 젊은이 이름은 한스라고 해두자. 한스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와 결혼 한 직후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온 헨리처럼 바로 전쟁에 참여했지만 헨리와는 다르게 운이 나빴다. 그는 바로 전 부식으로 나온 와인 한 잔과 빵 조각을 먹고 자신도 모르고 참호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곳에 바로 폭탄이 떨어졌고 자신이 있는 곳이 참호인지 저승 인지도 모르게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남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를 낳다가 죽었다.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죽을 때까지 아무도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그 역시 그의 부모님이 자신을 버렸지만 어딘가에서 그를 기다리며 건강하게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로스앤젤레스 버몬 스트리트에 있는 고아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가 12살이 되던 해, 고아원에서 짝사랑하던 누나가 해외에 있는 어딘가로 입양을 가게 된다. 어릴 때부터 그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돌봐주었던 그녀가 떠나자 그는 무척 큰 상실감이 들었고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길러 그녀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5년 뒤인 그가 17살이 되었을 때 여느 청소년기의 아이들처럼 그는 키부터 몸무게 등 신체가 부쩍 불어났다. 그는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녀를 찾기 위해 꾸준하게 운동을 해왔고 고아원에 있는 책은 모두 다 읽고 외울 정도로 머리도 채워놨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슬슬 고아원을 떠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통의 고아원에서의 입양기록은 대외비인 경우가 많았고 밤새 몰래몰래 교무실과 교장선생의 탁자를 뒤적이던 그는 그녀나 런던으로 입양을 갔다는 정보까지는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 헤어진지는 5년째. 그녀의 사진 한 장 없던 그가 그녀에 대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길고 끝이 동그란, 아주 예쁜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뿐. 그리고 희미하게 기억나던 그녀의 외모. 그녀를 잊지 못하던 그는 결국, 그가 18살이 되던 해 그때까지 모아둔 돈과 그리고 고아원 동생들의 돈을 모두 털어 그녀를 찾는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는 이 것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했고 무려 일주일간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원장실의 금고부터 이제 4살이 된 어린아이의 저금통 돈까지 모두 훔쳐서 고아원 밖으로 나온다. 고아원 밖으로 나와서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네일아트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구입한 것이다. 그 이유는 네일아트가 그가 찾고 있는 그녀의 손톱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네일아트에 관심이 많았고 여자들이 그에게 먼저 접근을 하지 않아도 그가 네일아트를 하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그가 여성들의 손톱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일아트 도구를 구입한 그는 달빛 밝은 밤에 롱비치로 향했고 다음 날 아침 그는 그곳에서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를 들리는 대형 크루즈에 몰래 탑승한다. 약 반년 간 그는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태풍으로 흔들리는 배에서도 눈감고 네일 아트를 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다다르는데...

 한 편, 친 형제처럼 아끼던 형, 오빠에게 그간 모은 모든 돈을 모두 도둑 당한 이후, 그에게 큰 상처를 받고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고아원의 사 남매 (주인공이 고아원을 나가기 전까지는 오 남매였다.) 들은 그에 대한 증오를 무기 삼아 하나, 둘씩 주인공을 잡기 위한 기술들을 연마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네일아트 기술자와 아직은 정체불명의 기술들을 가진 네 명의 기술자들의 대결!!!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끝이 아니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