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오피를 통해 나를 돌아보기
카페에서 펑키 뮤직이 흘러나오는데 나는 이어폰을 낀 체 또 다른 댄스음악을 듣는다.
혼란과 쾌락이 맞닿는 순간이다.
템포가 빨라질수록 무아지경에 빠진다.
주변의 낯선 공기가 목안으로 휘감아 들어온다.
짧지만 황홀한 순간을 맛본 뒤 갑자기 멍해진다.
그렇게 한참,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초등학생였던 나는 청소년이 된 체 나를 바라보고,
사춘기 안에서 앞서 가지 못한 체 서성이며,
30대 중반의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데...
어른이 되면서 나의 유년 시기에 대해 곱씹어 생각한다.
나는 어떤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인생처럼...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그림이다.
한 번쯤 그림에 빠져 몽상에 잠길 수 있다.
그림 속 인물은 눈 코 입이 없다.
그렇다고 표정이 안 보이냐? 그건 아니다.
무표정 속에 자신의 감점을 숨긴 체 어느 특정 지점을 향해 잰 발걸음을 한다.
쉽게 읽힌다. 다만, 깊은 울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도 이들처럼 무엇을 향해 걷고 있나?
인생을 긴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 아니면 경로를 이탈해 쉬고 있는지
무슨 생각에 빠져 무엇을 위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
때론 답을 찾았다고 느끼면서 어느 순간 또 다른 물음 위에서 나를 지켜본다.
줄리안 오피 그림은 색 조화가 중요했다. 단순한 컬러로 쉽게 보이지만, 그 색을 구현하기 위해 섞고 또 섞어 누군가 유혹할 수 있게, 만들어 내는 게 이 그림의 과정이다. 색에서 표현되는 인물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몸짓은 색을 통해 표현해 낼 수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화룡점정, 윤곽선이다.
검은 윤곽선은 줄리안 오피를 대변해주는 표식이자, 시선을 이끄는 힘이 있다.
자칫 흩어질 수 있는 색을 잡아주고, 그것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해주는 윤곽선....
윤곽선을 그릴 때의 집중력은 이 그림의 최대 하이라이트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두께로 빈틈없이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한다.
언제부턴가 서점 매대에 유독 눈길이 가는 책, 심리학 관련 도서가 보인다.
이는 지금 누구나 힘들다는 의미겠다.
나 스스로 힘들다 보니 누군가 관계를 맺기는 싫고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은 외롭고...
줄리안 오피의 윤곽선, 아니 색과 색 사이의 테두리는 ‘관계 맺기’가 서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윤곽선을 그리는 시간은 짧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때론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던 피곤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림을 다 그리고 마주한 그림을 보며 미소 짓는 나를 보면 윤곽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과 색 간의 경계.. 그림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다.
요새 누구나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만큼 서로를 위해 조금 참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 나눠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줄리안 오피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