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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 Jan 25. 2019

너와 나, 경계의 지점에서 웅크린 체 조금씩 나아간다.

 줄리안 오피를 통해 나를 돌아보기 


1) 줄리안 오피 작품을 그리다. 


카페에서 펑키 뮤직이 흘러나오는데 나는 이어폰을 낀 체 또 다른 댄스음악을 듣는다. 

혼란과 쾌락이 맞닿는 순간이다. 

템포가 빨라질수록 무아지경에 빠진다. 

주변의 낯선 공기가 목안으로 휘감아 들어온다. 

짧지만 황홀한 순간을 맛본 뒤 갑자기 멍해진다. 

그렇게 한참,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초등학생였던 나는 청소년이 된 체 나를 바라보고, 

사춘기 안에서 앞서 가지 못한 체 서성이며,

30대 중반의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데... 

어른이 되면서 나의 유년 시기에 대해 곱씹어 생각한다. 

나는 어떤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인생처럼...



2) 줄리안 오피 그림이 딱 그렇다.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그림이다. 

한 번쯤 그림에 빠져 몽상에 잠길 수 있다. 

그림 속 인물은 눈 코 입이 없다. 

그렇다고 표정이 안 보이냐? 그건 아니다. 

무표정 속에 자신의 감점을 숨긴 체 어느 특정 지점을 향해 잰 발걸음을 한다.


쉽게 읽힌다. 다만, 깊은 울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도 이들처럼 무엇을 향해 걷고 있나? 

인생을 긴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 아니면 경로를 이탈해 쉬고 있는지

무슨 생각에 빠져 무엇을 위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 

때론 답을 찾았다고 느끼면서 어느 순간 또 다른 물음 위에서 나를 지켜본다.








3) 색을 통해 인물의 생각과 태도를


줄리안 오피 그림은 색 조화가 중요했다. 단순한 컬러로 쉽게 보이지만, 그 색을 구현하기 위해 섞고 또 섞어 누군가 유혹할 수 있게, 만들어 내는 게 이 그림의 과정이다. 색에서 표현되는 인물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몸짓은 색을 통해 표현해 낼 수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화룡점정, 윤곽선이다. 

검은 윤곽선은 줄리안 오피를 대변해주는 표식이자, 시선을 이끄는 힘이 있다. 

자칫 흩어질 수 있는 색을 잡아주고, 그것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해주는 윤곽선.... 

윤곽선을 그릴 때의 집중력은 이 그림의 최대 하이라이트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두께로 빈틈없이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한다.


4) 테두리, 관계를 맺거나 나누거나


언제부턴가 서점 매대에 유독 눈길이 가는 책,  심리학 관련 도서가 보인다. 

이는 지금 누구나 힘들다는 의미겠다. 

나 스스로 힘들다 보니 누군가 관계를 맺기는 싫고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은 외롭고... 

줄리안 오피의 윤곽선, 아니 색과 색 사이의 테두리는 ‘관계 맺기’가 서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윤곽선을 그리는 시간은 짧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때론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던 피곤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림을 다 그리고 마주한 그림을 보며 미소 짓는 나를 보면 윤곽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과 색 간의 경계.. 그림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다. 


요새 누구나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만큼 서로를 위해 조금 참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 나눠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줄리안 오피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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