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 Jan 26. 2019

행복, 헛된 희망에 불을 지피다.

마음의 집을 키우자, 호크니 

<무채색 속에 식어버린 열정>

야근을 하고, 회사 밖을 걸어 나오면서 종종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행복, 돈, 연애.

방향키를 잃은 아이처럼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혼자 되묻는다. 

무엇을 향해 쫓고 있는지 헛된 희망에 갇혀있는지 아니면 

민낯에 가려버린 행복 쪼가리에 얽매여 사는 게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터널 속으로 내 몸을 구겨 넣는다. 

어쩌면 365일, 패턴화 된 회색 세상이 싫어 옷차림은 컬러풀하게 도배하지만, 

결국 부질없는 내 모습에 생각과 옷차림은 사춘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크니 할아버지, 너라는 열정>

영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역사가 폴 존슨(Paul Johnson)이 “내가 만나본 화가 중 가장 열심히 그리는 사람은 데이비드 호크니라고 했다.” 78세의 노장인 호크니는 50년 가까이 회화를 그렸다. 그림만 그리는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라 볼 수 있겠지만, 매일 일출 장면이나 창밖 풍경, 꽃(자연) 등을 그려 주변에 나눠주고 대상이나 매체에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며, 그가 왜 이 시대 대가인지 그의 열정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컬러풀한 그의 열정을 닮고 싶었다.

 

<멜랑꼴리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오, 호크니 양반>

호크니 그림 중에 유독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이 있다. 수영장 시리즈 중에 <A Bigger Splash >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큰 첨벙’이다. 매년 5월이 다가오면 유독 이 작품이 주변인들 카톡 프로필로 저장되어 쉽게 만날 수 있다. 호크니라는 화가는 잘 모르지만, 이 그림에 대해선 반가운 기색을 엿보일 것이다. 

작품이 각광받는 이유? 답은 간단하다! 

<사이다> 같다. 

우리 내면에 깊이 박힌 희망과 아쉬움을 심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 “수영장 달린 저 저택에서 여유를 맛보고 싶다.”

: “수영장에 풍덩,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쉬고 싶다.”

: “지금 로또를 사면, 저런 저택을 가질 수 있을까!”

<마스킹 테이프 +섞고 또 섞어 파란색을 만들자> 

단순 색상 배열로 쉬워 보이지만, 제작을 위해선 끈기와 기다림이 필요했다. 마스킹 테이프를 하나씩 붙이면서 색과 색간 너비를 캔버스 비율에 맞추고, 2~3개 이상 색을 혼합하는 과정 속에 내 머릿속 이미자와 손 아래 붓이 일치코자 노력한다. 채색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수직과 수평 사이 조화미를 강조하는 게 키포인트였기에, 정확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특히 물 튀김 현상은 마른 붓으로 살짝살짝, 힘 조절이 필요한 붓 터치로 나름묘미가 있었다. 

수영장이 하늘과 지상의 ‘파란 경계’를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서 잠시.. 나만의 휴식을 갖게 쉼을 주는 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마음속 유토피아, 그리고 호크니> 

누구나 저마다 마음의 집이 있다. 

쉴 수 있는 안식처, 하지만 그런 집의 크기와 형태도 주머니 사정에 따라 각자 다르다. 현재 호화 저택에 살고 있다면,  그 안에 사람을 채우는 게 먼저 일 것이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좀 더 여유가 묻어나는 저택... 이왕이면 수영장 달린 집을 원할 것이다. 

호크니 작품 속 수영장에는 사람이 없다. 

다만, 금방 누군가 수영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는지 <큰 첨벙> 만이 우리를 보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속물적인 내 마음이 들킨 거 같아 부끄럽지만, 한편으론 나의 헛된 희망을 이미지로 투영시켜주니 편할 수밖에... 

이런 모순적인 마음과 행동을 

호크니는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행복과 물질 사이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사는가?

무엇을 위해서?

돈, 사랑, 행복?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하니깐, 인싸에 집착하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