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의 브랜드 슬로건
라틴어 Festina lente는 '천천히 서두르라'는 뜻이라고 한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라고 하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 말처럼 그를 잘 상징하는 것이 있을까 싶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했을 때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본명)의 나이 18세였다. 여기 까지라면 그저 유명한 친척 어르신이 돌아가셨나 보다 했을 텐데, 유언장을 펼쳐보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바로 자기란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서는 정쟁의 한가운데 내던져진 것이다.
당시 18세 소년의 손에는 유언장으로 물려받은 카이사르의 집안, 그리고 일부 병사들밖에는 없었다. 반면에 소년의 눈 앞에서는 로마 제일의 석학 키케로를 비롯한 반 카이사르 파, 그리고 카이사르의 오른팔로서 군대를 장악하고 있던 안토니우스가 소년의 지위와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후계자고 나발이고 "저 그냥 나갈게요."하고 학교나 다니면 되었을 텐데 나 같음 돈 받고 관뒀다, 소년은 본인에게 맡겨진 사명을 차분하게 계획하고 또 확실하게 실행해나간다. 말 그대로 'Festina lente' 하면서. 결국 18세 소년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 암살 이후의 모든 혼란을 종식시키고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존귀한 자)로 등극한다.
"Festina lente"라는 말이 2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꺼낸 말이기 때문이리라. 브랜드 관점에서 굳이 끼워 맞춰 본다면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아우구스투스라는 브랜드의 슬로건은 "Festina lente"였던 셈이다.
언뜻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Festina lente의 진정한 의미는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우직하게 실행하라"는 것이 아닐까.
개인의 삶에도, 그리고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