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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D Dec 19. 2018

01. 기획자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민방위 갔다와서 생각한 기획의 의미

기획이란 무엇일까,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일까. 다른 직무에 비해 애매모호한 기획자의 전문성은 모든 기획자가 한 번쯤 해 본 고민일 것이다. 스스로 '기획자'라는 말도 붙이기 민망한 3년차 일개 사원인 나로서는 아직도 자문자답과 멘붕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갔던 민방위에서 뜬금없이 해답의 편린을 본 것 같아서 까먹기 전에 기록하고자 한다. 


이거 보시고 신청하세요.


반나절간의 지루했던 민방위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구청 공무원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웬 종이를 건넸다.(휙 던졌다고 하는게 맞겠다) 인쇄가 너무 희미하게 되어 있어서 '까만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구나' 정도밖에는 알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A4용지였다.


자동차 얘기도 있고 무슨 에너지 절약을 하라는 내용인 것 같은데..별로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집에 가는 사람한테 왜 쓰레기를 주나 싶기도 해서 강당을 나서자마자 바로 쓰레기통에 골인시켰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괜히 짜증이 났다. 주려면 좀 친절하게 줄 것이지, 인쇄라도 신경써서 할 것이지. 그 무성의함과 약간의 불친절함 때문에.


그리고 갑자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과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1. 유인물을 나눠주는 목적은 무엇인가? 왜 나눠주나?

신규 캠페인 시작 홍보, 반응 없는 기존 캠페인에 대한 참여율 제고 등이 있겠다.


2. 누구에게 나눠 줄 것인가?

뭉뚱그려 민방위 참가자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방위 참가자 중 자차를 이용해 교육장에 온 사람으로 한정지을 수도 있을 것이며, 연령대/연차를 기준으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눠 줄 것인가? 

입장시/ 쉬는시간/ 종료 후에 출입구/ 강당/ 그리고 주차장 앞에서 친절하게 직접 손으로 나눠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음료와 함께 흡연장소 or 화장실 가는 길목(..)에 유인물을 비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유인물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신규 캠페인 홍보라면 캠페인 이름과 입소문 낼 수 있는 방법(SNS 공유 등등)을 강조하는 구성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참여율 제고라면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감정적/실질적 benefit을 가장 크게 강조해야한다. 유인물의 전체적인 문구 길이 또한 3.에 따라서 적절하게 조절해야 할 것이다.


5. 유인물을 나눠준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일련의 프로세스가 끝난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실제로 SNS 공유 수라도 늘어났는지, 참여 인원은 몇이나 되는지, 아니면 아무 변화도 없었거나 오히려 줄었는지를 따져본다.



행위를 설정하는 목적, 그리고 목적을 설정하는 '문제'


혼자서 이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그 어설픈 유인물이 만들어진 원인과 공무원분이 유인물을 던진(?) 이유가 이해가 됐다. 애당초 1.에 대한 생각, 유인물 배포라는 행위를 하는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있었다고 해도 그 목적이 실무자에게까지 공유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 그리고 해결해야 할 것. 즉, '문제'가 있어야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목적을 낳는 것은 바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획자의 일은 한 마디로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여러가지 분석 스킬들이 양념처럼 붙는 것이리라.


물론 이런 기획은 안되겠지만..


아직은 애매하기 그지없고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같은 기획자의 일이지만, 그나마 실마리를 찾아낸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일 하면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라는 사람의 전문성을 찾아내고, 또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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