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나 AI 이야기가 나오면 종종 이런 생각이 따라온다.
“시스템이 발전하면 결국 사람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을 보면 그렇게 단순한 구조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제조업이 강한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중요한 개념을 이야기해 왔다.
‘사람이 있는 자동화’라는 개념이다.
일본 생산 방식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지도카(自働化), 즉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자동화다.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흐름을 이해하고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개념이 등장한 이유는 단순하다.
현장의 많은 지식은 문서로 완전히 옮길 수 없는 암묵지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종종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을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미묘한 품질 차이를 눈으로 알아보거나
고객의 반응을 보고 판매 전략을 바꾸거나
숫자에는 나타나지 않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기도 한다.
이런 판단은 매뉴얼이나 데이터만으로는 완전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의 경험과 감각은
시스템으로 100% 이전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시스템은 정보를 저장하고 반복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강하다.
하지만 시스템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라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사람은 경험을 통해
상황의 흐름을 읽는다.
그래서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시스템은
업무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사람은
예외 상황과 변화에 대응한다.
자동화를 추진할 때 자주 나타나는 실수는
모든 것을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실제로 잘 운영되는 조직을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시스템은 반복 업무를 맡고
사람은 판단과 개선을 담당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사람이 시스템을 멈추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이 이야기해 온
‘사람이 있는 자동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시스템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사람의 경험, 판단, 그리고 암묵지.
그래서 시스템과 사람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자동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시스템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이 어떻게 함께 작동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