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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n 09. 2021

아빠 기억하기: 사랑

#10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빠를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하기 위한 기록


너무 흔하게 쓰지만 막연하고 실체가 없어 보이던 감정, '사랑'이다.

한글을 깨쳤을 때부터, 어버이날 또는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편지 끝엔 항상 '사랑해요~' 쓰곤 했는데.

그 감정의 실체가 요즘처럼 절절하게 와닿던 때가 없다.


내가 아빠를, 우리 가족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구나.


한밤 중에 아빠가 잘 자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

죽 한 그릇을 비웠을 때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

작은 미소 한번 보기 위해 열심히 애교를 떨게 되는 것.

먹다 뿜어버린 음식도, 대소변에 절은 기저귀도 더럽지 않은 것.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

사랑이다.



그런데 이 '사랑'은 반쪽짜리여서 늘 '두려움'과 함께 짝을 이뤄 찾아온다.


이 사랑의 존재가 변해갈 수 있다는 두려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

그 뒤에 찾아올 슬픔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동시에 찾아오는 극과 극의 감정에 어쩔 줄 모른 체 오락가락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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