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빠를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하기 위한 기록
(다시 또 기록해봐야지.)
글을 안 쓴 지난 1년 동안의 이야기.
작년, 밥을 씹어 먹지 못한지 꽤 된 아빠는 '죽'이 주식이 되었다.
묽게 쑨 죽을 믹서기로 한번 더 갈아 누워있는 아빠에게 하루 세번 먹이는 것이 일이였다.
한 숟가락 잘 삼켜주면 안심이고, 잘못 넘어가면 한참을 일으켜 세워 두드리고 토해내게 한다.
일반인은 10분, 15분이면 먹을 양이 아빠는 1시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빠 침대 맡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먹이는데, 이 일이 나에게는 잔잔히 고통스러운 일이여서 숟가락을 들고 소리없이 이유모를 오열을 한 것도 여러번이다.
그러다 죽마저도 아빠가 먹을 수 있는 ‘음식 리스트’에서 잘려 나갔다.
잘못 넘어간 죽을 여느때와 같이 토해내지 못했고 아빠는 얼굴이 파래져갔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난생처음 119를 불렀다.
등에 멍이 들게 두드리고 소리지르다 아빠를 바닥으로 엎어버리자 그제야 잘못 들어간 죽을 토해낸다.
도착해 아빠를 살핀 119 구급대원은 우리가 아주 자주 듣는 말을 한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이런 일을 겪는 것도 다섯 손가락이 넘어갔다.
이제 아빠의 주식은 '뉴케어'와 '요거트'.
200ml 짜리 뉴케어에 빨대를 꽂아 한모금씩 물려준다.
한 팩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면 운 좋은 날. 뿜어내는 것이 절반 이상이면 속상한 날이다.
뉴케어마저 한 팩 비우지 못할 땐 요거트를 준다. 그나마 점성이 있어 삼키는게 조금 더 수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영양가라곤 없는 요거트 한 두개를 주식으로 먹었으니.
아빠는 날이 갈수록 야위어갔다.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은 초기에 아빠의 식욕은 극에 달했었다.
나날이 몸이 불어가고 아빠를 부축하는 것도 힘에 부쳐 우리는 음식을 숨기고 그만 먹으라 다그쳤었다.
그때 아빠는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지!’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야속하게도 아빠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결국 병원에서는 위루관 수술을 권했다.
이대로면 영양실조가 올 것이며, 흡인성 폐렴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아니, 아빠 배를 뚫자고...? 그리로 밥을 넣자고...?
나는 그게 눈물나게 싫었다. 하지만 병원의 답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