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있지만, 한때는 지나가는 들꽃만 봐도 글을 쓰고 싶을 정도로
온라인 글쓰기에 푹 빠진 때가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블로그인데, 시작은 다음의 '칼럼'이라는 플랫폼이었다.
나중엔 다음 블로그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기사 참조>
"클럽과 블로그"..싸이월드형 커뮤니티 각광
https://news.v.daum.net/v/20040204093706196?f=o
다음 "블로그도 우리땅이야"
https://news.v.daum.net/v/20050117120448568?f=o
막내 외삼촌이 외숙모가 아이들의 성장 일기 같은 걸 쓰기 시작했다며 가족들에게 URL을 공유해 줬는데,
숙모의 재치 있는 설명도 그렇고, 사진과 글이 가득한 그 공간이 꽤나 재미있었다.
그래서 따라 시작한 것이 엉뚱구씨 칼럼. 때는 2005년이었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까지 싸이월드 감성을 공유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노출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꽤나 도전적으로 비춰졌던 것 같다.
"블로그? 그게 뭔데?"라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블로그'라는 용어 그대로 모든 일상이 일기처럼 글의 소재가 됐고,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위로와 응원을 건네기도 했고, 즐거움을 공유했다.
참 신기하지.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반응을 하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는 온통 칼럼에 뭘 쓸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가족, 친구들이 가장 많이 등장했고, 내 시선에 포착된 풍경이나 장면들이 문장으로
만들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글로 만들어지는 경험의 시작이었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네이버 블로그도 있는데 왜 다음 블로그를 선택했던 것일까.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글쓰기에 조금 더 감성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위의 사진만 보더라도 '느낌이 있는 글 다섯 개'라니, 메인 카피도 좀 더 말랑했던 것 같다.
정말 이웃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느낌.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는 건, 그렇게 푹 빠져있던 블로그를 없앴다는 거다.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기 위함도 아니었고. 그때 대학교 4학년 이었던지라
한심하게(?) 블로그 따위에 빠져있을 수 없는 처지였다.
다른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에 빠져 있는데, 나는 카메라나 들고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고 글이나 쓰고, 남의 블로그 가서 댓글이나 달고 앉아 있으니
왠지 모르게 그당시는 없었던 말이지만 현타가 왔다.
블로그를 없애고 나니, 작은 외삼촌이 전화가 왔다.
당장 살리라고. 그걸 왜 없애냐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큐멘터리 작가같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너가 이렇게 삶을 녹여내는 글을 쓰면 좋겠다고.
웬걸, 다 접고 다시는 블로그 같은 걸 시작도 하지 않았더랬다.
글이라고는 학교 다니면서 수업 시간에 써본 보도자료와 싸이월드, 다음 블로그 글쓰기가 다였던 나에게
정말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을 맞이하게 됐다. 한창 기업의 브랜드저널리즘이 활성화되던 2010년대.
S전자 블로그 운영을 맡게 된 것. (그렇게 '남의 블로그지만'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 글을 정말 많이 썼다. 지금 그때 썼던 글을 보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
그게 트레이닝이 됐던 건지 그래도 제법 매끈해지고 좋은글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아 나도 내 글을 써보자'로 이어져 브런치 작가로까지 이어진 것.
브런치 작가라고도 할 수 없을만큼 게으른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무튼, 다음 블로그의 좋은 감정을 다시 재현해 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소박하지만 좋은 글을 통해 나만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