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막상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더라. 신방과를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기자 준비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열심히는 아니지만, 여러 군데 언론사 시험을 쳤고, 한 지방지에 합격을 했다.
처음엔 '그래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보다 실전에서 배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지방지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보다는 다른데 더 치우쳐져 있는 것 같아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아침마다 부장님께 보고 드리고 여러 군데의 취재원을 도는 것부터 생 초자가 기자실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 그 뻘쭘함도 감당이 안되더라.
그런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같은 팀 차장님께서 회사 복귀하는 길에 같이 가자고 전화를 주셨다. 그게 차장님과의 첫 긴 대화였는데, 너무도 잘 이해를 해주셨다.
결국 나는 한 달 만에 신문사를 나왔고, 그 결정에 큰 지지를 해준 사람은 차장님이 유일했다. 그 당시는 그런 말씀을 안 하셨지만 몇 년이 흘러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러시더라. "네가 안 나가면 내가 다른 길 찾아보라고 얘기하려고 했어. 내가 넌 잘할 줄 알았어".
짧은 한 달이었지만, 한 달하다가 때려친 한심한 사람으로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봐주신 차장님 덕분에 그때의 결정은 아직도 후회는 되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가끔 신방과 나와서 기자를 왜 안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하다가 때려쳤다고 하지"라고 하시더라. "네 그랬습니다"라고 했더니 "잘했어"라고 하시는데, 어디서든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 여기서도 느껴지더라.
십 수년 전의 차장님을 아직도 차장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 보면 그간 참 감사한 선배를 많이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