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놔둔 옛날 물건은 웬만한 건 다 버린 것 같은데, 그래도 못 버리고 놔둔 것들이 있다. 부모님이 사주신 옷들도 그중 하나.
지금처럼 인터넷 쇼핑도 활성화되지 않았고, 옆동네 부산이나 마산처럼 쇼핑센터도 없었던 창원에서 유일하게 옷을 살 수 있는 데가 백화점이나 보세였다.
회사원에 외벌이 집이라 시시때때로 옷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시즌이 있었는데 바로 아빠 회사 보너스가 들어오는 시즌. 특히 여름휴가!
당시 우리 기준에서 좋은 옷은 빈폴이었던 데다가 여름이면 패밀리 세일을 했기 때문에 여름방학엔 온 가족이 백화점으로 출동하곤 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바꿔 입기도 했는데,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키 차이가 나는 둘째는 꼭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고르는 바람에 바꿔 입기 예외였다.
그 시절이 불과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아빠차에 온 가족이 다닥다닥 붙어 백화점으로 가던 그 신나는 마음이 아직도 생생한데, 너무 훌쩍 지나버린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 빈폴이 뭐라고 여름방학 되면 패밀리 세일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인가.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