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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Mar 15. 2022

까르띠에 산토스

인류 최초의 손목시계, 빈티지의 정석

군 입대 전 2009년,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나는 42일간의 유럽여행을 통해 예술과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런던과 파리는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이 도시 곳곳에 흘러넘쳤다. 높은 천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 운동화를 신고 패딩을 입은 이는 나와 내 친구뿐이었다.(요즘은 많이 달라졌더라) 모두가 외투로는 코트를 입고 가죽 신발을 신고 있던 그 장면이 12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산토스 갈베 XL, 6시 방향에 데이트 창이 매력적이다. 자세히 보면 날짜 옆 이중 커팅이 아주 정교하다.

그중에서도 파리의 방돔 광장 근처에서 마주한 까르띠에 매장이 인상 깊었는데, 나중에야 까르띠에는 세공 기술이 뛰어난 만큼 시계 다이얼도 아름답게 만들기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매장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었지만.


루이 까르띠에가 1차 세계대전 중 전투용 탱크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탱크’ 모델은 꽤 유명하다. 하지만 탱크보다 먼저 디자인된 시계가 바로 ‘산토스’다. 1904년 까르띠에의 친구였던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이, 비행 중 볼 수 있는 손목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해서 만들어진 시계가 바로 이 제품이다.

용두의 블루 카보숑(사파이어)이 아름답다.

당시 사람들은 회중시계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산토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손목시계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모델에 숨겨진 스토리까지 아이코닉하다.

산토스 갈베의 백 케이스
전체적으로 유려한 디자인에 빈틈이 없다. 누가 봐도 잘 만든 시계다.
버터플라이 방식의 버클은 외관적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



내 시계도 출시된 지 10년 정도는 지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우아한 산토스를 보고 있노라면 허영심이 생긴다. 옷장 구석에서 크린토피아 비닐 속 드레스 셔츠를 꺼내 입고 신발장 속에 잠든 알든 9901을 깨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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