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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Mar 16. 2022

세이코 스누피 시리즈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던 Kinetic 무브먼트

시계의 구동방식(무브먼트)은 크게 전자식과 기계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차이점은 배터리가 필요한지의 여부인데, 전자식(쿼츠) 시계가 대중적이다. 쿼츠는 1-2년에 한 번씩 배터리만 교체해주면 되기 때문에 유지비가 저렴하고 한 달에 몇 초 내외의 오차로 훌륭한 정확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시계에 무슨 오차가 있겠냐고 생각하겠느냐만은, 기계식 시계를 한 달쯤 차다 보면 몇 분 정도 시간이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왜냐하면 기계식 태엽을 감아 작동하는 방식이라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걸어 다니며 팔이 자연스럽게 흔들리지 않는가? 이 움직임을 이용하여 손목시계 내부의 추가 돌아가면서 태엽을 감는다. 그 후 감긴 태엽이 풀리는 힘을 이용하여 시계침을 움직인다. 쉽게 말하면 오르골을 손으로 돌려놓으면 일정기간 소리가 나다가 멈추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그래서 오토매틱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보통 전자식은 뚝 뚝 끊어짐)


스위스 시계 장인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 눈에 돋보기 같은 것을 끼우고 한없이 얇은 철사와 톱니바퀴들을 엄지만 한 시계 케이스 안에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톱보다도 작은 스프링의 물성이 그렇게 정확할 수 있겠는가? 중력과 내부 공기저항은 또 어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시계의 오차는 하루에 몇 초 내외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기계식 시계는 태엽을 감는 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용두를 손으로 직접 감아서 밥을 주는 수동(매뉴얼)과 일상생활에서 손목의 움직임에 의한 자동(오토매틱)이다. 요즘 생산되는 고급시계는 오토매틱이 8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메탈 재질의 시계는 겨울보다 여름에 빛을 발한다.


그런데 세이코는 제3의 구동 방법인 키네틱 무브먼트를 1980년대에 발명했다. 수동의 형태로 시곗 속의 배터리를 충전하여 자동 방식으로 구동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동 시계의 단점인 오차를 보완할 수 있다.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고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기술력이다.


키네틱 시리즈는 꽤 고가(였는)데, 내가 대학생 시절에 크게 유행했었다.(나는 08학번이다) 일본 특유의 볼드하고 뾰족한 디자인(언뜻 보면 렉서스의 헤드램프 눈매나 프리우스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100년이 넘는 온갖 일본의 역사 속에서 키운 세밀한 케이스 제작기술, 편리한 버클과 착용감 좋은 메탈 브레이슬릿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클래식과 모던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된다.

적당한 무게에 브레이슬릿의 착용감이 좋은 편. 버클 방식도 편리하다.
세이코 프리미어 SNP091J1 - 아주 잘생겼다.

시계의 다이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재미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숫자판은 로마자인지, 아라비아 숫자인지 볼 수 있다. 다음은 프린팅이 얼마나 정교하게 되어 있는지 혹은 양각인지 음각인지를 감상하다 보면 마치 예술품을 보고 있는 것처럼 다채롭다.


핸즈(시/분/초침)는 구운 블루핸즈인지 스틸인지 생김새는 뾰족한지, 뭉툭한지, 두께는 어떤지... 즐거운 요소가 아주 많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오덕, 아니 시덕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참고로 시계 오덕을 줄여서 시덕이라고 부르며 수많은 시덕들은 전국 각지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키네틱 시리즈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아끼는 시계는 몇십 년이 지나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물가보다 상승이 훨씬 가파르다. 허나 세이코 시리즈는 한 물 간 것 같다. 잘 만든 시계임은 분명하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요즘에는 뭐든 Top or Luxury 브랜드가 뜨는 것 같다. 시계 시장에 롤렉스, 예거르꿀뜨르, 제니스, 까르띠에와 같은 브랜드가 이 정도로 각광받는 시절이 있었나? 싶다. 가격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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