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인사 업무를 맡게 되어, 자연스레 보고서를 쓰는 업무가 많아졌다. 책을 읽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에 막연하게 나는 글을 잘 쓸 것이라 추측했으나, 독서와 글쓰기는 꽤 달랐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나는 글을 잘 쓰기보다는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글로 쓰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섬세하게 생각하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또 글의 특성상 한 템포 후에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뭐든 빠른 것을 선호하는 내 스타일과는 또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어쩌랴?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대면 보고해야 한다. 즉, 말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줄 간격이나 표 선의 종류, 두께 등 미적 감각을 살려보고 서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보고를 몇 번 경험해보니, 상사는 주로 (내 얼굴은 보지 않고) 보고서부터 읽는다. 그다음, 본인이 궁금한 점을 묻는다. 그럼 나는 대답하고, 질문이 많아지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그제야 상사는 내 얼굴을 본다. 자고로 잘 쓰인 보고서란, 의사결정권자가 별 질문 없이 결재해줄 문서일 것이다.
공유폴더에 저장된 수많은 명쾌한 보고서 속에서 통찰력을 느끼고 나니, 나도 보고서가 잘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하루 10분 이상 글쓰기를 시작하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