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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Mar 26. 2022

불안할 때 꼭 기억할 한 가지

본질에 집중할 것

나에게 있어 테니스 경기란 온전한 몰입을 통해 느끼는 순수한 기쁨으로, 굉장히 설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동시에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왜냐하면 나는 실력이 아직 부족해서 찬스 볼을 우주로 날린다거나, 서비스를 여러 번 실패하거나하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근데 막상 해보면 고수도 실수 많이 함) 그럴 때면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나는 왜 이걸 놓쳤을까, 일종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치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건 그만큼 재미도 있거니와 얼른 실력을 늘려서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 보는 4명이 모여 테니스 복식경기를 했다. 각자의 경력은 8년, 5년, 4년, 1년. 그중 1년이 바로 나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약 10분간 랠리를 하며 몸을 풀었다. 오늘은 생각보다는 랠리가 잘 되어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테니스 얼마나 치셨어요?” “네 일 년쯤 배웠습니다, 얼마나 치셨어요?” “전 8년 정도요.” 아 그렇구나, 오래 치셨네라 생각했고, 게임을 시작했다.


세 분의 안정적이고 파워풀한 서브를 보고 직감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친 사람들이구나. 하지만 나는 리시브에 꽤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지난주 옆 코트에 있던 아저씨들과 우연히 한 판 붙게 되었는데, 그중에 엄청난 스피드 서브를 구사하는 고수가 있었던 것이다. 경기 초반, 고수의 서브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Ace(서브로 점수를 내는 것)를 당했다. 그러다가 공이 빠르고, 힘이 강력할 때에는 뒤에서 받아치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여 공을 라켓에 맞출 수 있게 되었고, 경기 중반부터는 리시브를 척척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복식 게임은 일단 리시브만 잘 해내면 그다음부터는 또 열심히 -잘-풀어나가면 된다.


오늘은 결과적으로 6번의 게임 중 절반 이상 이길 수 있었고 1년 배웠는데 사기꾼이 아니냐(?)는 칭찬까지 받았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경기 중 나의 실력에 참담함을 느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다만 그럴 때마다 나는 공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온 정신을 공에 집중하면 상대방에게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실력으로 볼을 쳐낼 수 있었다. 주눅듦을 이겨내는 경험이 나의 테니스 실력을 조금씩 성장시키는 것 같다.


요즘 업무도 바뀌어서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상황인데, 취미인 테니스를 나가보아도 나보다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내가 잘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고민하며 속상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공(본질)에만 집중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힘이 들거나 자신감이 필요할 때에는 본질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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