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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Apr 03. 2022

22년 봄날의 테니스 라켓 구매기

아버지께 배우는 테니스, 이것이 진정한 Legacy 아닐까?

금요일 퇴근 후, 아내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있어 처가인 울산에 도착했다. 우리 집으로부터 400km 떨어진 이곳에는 어떤 매물이 있을까? 내 취미인 당근마켓을 켰다. 테니스를 검색했다. 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라켓을 찾았다. 그건 바로 윌슨의 Burn 95. 시타감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대중적인 라켓은 아니었다. 아마 내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것만 봐도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무게는 305g으로 나의 첫 라켓이자 하나뿐인 클래시 100보다 5g 무거웠다.


같은 라켓을 1년 넘게 사용 중인지라, 다른 라켓도 경험해보고 싶던 차에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매물이었다. 테린이는 예쁘면 사면된다. 다만 SRT를 타고 울산으로 왔기에 판매자께 양해를 구했다. (차가 없어) 혹시나 제가 있는 곳으로 와주실 수 있다면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그랬더니 아들이 벚꽃구경 가는 길에 가져다줄 터이니 거래를 하자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약 30분 후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연인'님의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스윙 연습을 하는 듯 라켓을 휘두르고 있었고 따지 않은 테니스공 캔(2개의 테니스공이 들어있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의 행동을 보는데 동질감이 느껴져서 속으로 혼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라켓도 좋은 가격에 올리셨는데 새 공까지 챙겨주는 걸 보면 아버님은 멋진 분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멋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던 그는 내가 인사를 건네자 찐 경상도 억양으로 입을 뗐다. "테니스 치십니꺼". 난 1년 정도 배웠다고 답했고 본인은 현재 2달째 아버지께 배우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짧은 테니스 톡을 나눴다. 테니스를 가르쳐주는 아버지라. 내 예상이 맞았다. 정말 멋진 분이었다. 나도 나중에 내 자식과 테니스를 치고 싶다. 날씨 좋은 날 모자 푹 눌러쓰고 대충 테니스 라켓 하나 챙겨서 집 근처 테니스장에 공 치러 가는 아주 근사한 상상을 해본다. 비록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가 SRT에서 내 라켓을 챙긴다고 고생했으나(난 캐리어를 담당했다) 충분히 값어치 있는 거래였다.


(Epilogue) 사진은 4월 2일의 울산. 나의 제2의 고향 울산은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

사랑스러운 울산에서의 모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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