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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Jul 16. 2022

갑상선 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침검사 재실시 결과, 갑상선 관련 3번째 이야기

 동네 병원에서 떼어낸 조직을 가지고 대학병원 2곳을 방문했다. 하나는 우리 회사와 연계되어있는 강북삼성병원, 둘째로는 갑상선암 수술로 유명한 신촌 세브란스병원(신세)이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갑상선 초음파 사진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 한 이야기는 두 병원이 동일했고, 그 내용은 '생김새나 크기로 보았을 때 당장 암으로 보기는 어렵고, 다시 한번 세침검사를 하고 지켜봅시다. 너무 걱정 마세요.'였다.

(fyi. 동네 병원에서 가져온 조직은 채취된 양이 불충분하여 재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음)


 이렇게 진료를 마친 후 한 달 뒤쯤인가, 강북삼성병원에 예약해놓은 세침검사 날이 다가왔다. 이미 동네 병원에서 세침검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지라 굳이 또 검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왜 멀쩡한 곳이라도 자주 후벼 파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비용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는 세침검사+초음파 검사비로 18만 원 정도가 나왔지만 강북삼성에서는 55만 원 정도였다. 평일 검사를 위해서 회사에 또 양해를 구하고 늦게 출근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는 재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2주 후쯤 나온다 하였는데 하와이로 하계휴가를 다녀온 뒤일 것이었다. 2주는 쏜살같이 흘렀다. 아마도 회사에서 전화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예상치 않게 코로나 확진을 받은 탓에 나는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12:30-13:30 사이에 전화를 주기로 했는데 오전 9시였으므로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간호사 샘은 담당 교수님을 바꿔주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지요? 지난번 세침검사 결과가 나와서 전화를 드렸어요. 세침검사 결과는 1부터 6단계까지가 있는데,,," 설명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결과가 안 좋은 듯했다. "5단계로 나왔어요.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겠습니다. 자세한 건 내원해서 함께 이야기해보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터라 나는 침착하게 질문했다. "로봇수술도 가능한 건가요." "네 가능해요, 여하튼 조만간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합시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간호사는 진료 시간을 알아보고 다시 전화를 주기로 했다.


 올게 왔구나... 최근 배우 박소담 씨가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을 했다는 기사를 우연히 봤다. 그래, 박소담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이상하게도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증상으로 잠에 취해있던 나에게는 이 상황이 꼭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낫기 위해, 이 순간을 버티기 위해 세 끼를 챙겨 먹느라 바빴던 상황도 한몫했으리라.


 그러기를 며칠이 지났고 누워 있다가 잠들다 보면 다음날이 오는 것이 아닌, 내일은 어떤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란 것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제야 컨디션을 회복했나 보다.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느껴졌다. 내가 들은 정보는 세침검사 결과가 5단계라는 사실뿐인데 진료 예약일인 다음 주 화요일이 마치 재판 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얼른 시간이 흘러 그 결과를 듣는 순간이 내 눈앞에 펼쳐졌으면 좋겠다. 막힌 코 때문인지 숨 쉬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럴까 불안한 기분이 자꾸 든다. 아직 아빠한테도 말도 못 했는데, 친구들한테도 말을 못 했는데 나 괜찮겠지? 괜히 이런 사실을 얘기하면 후회할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그럼에도 우울한 기분이 자꾸 든다. 건강히 멀쩡히 살다가 코로나 19 걸린 것만 해도 너무 힘이 들었는데 갑상선 암이라는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거겠지? 나도 그냥 한없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그래도 잘했다. 세침검사를 다시 한 것도 잘했고 진료를 이렇게 예약한 것도 잘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분명 너무나도 잘한 일이리라. 진인사대천명.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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