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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Jul 05. 2022

글로 배운 서핑 말고, 돈 내고 강습받으세요.

하와이 와이키키 서핑 유튜브 독학 실패기

출국 전 서핑 강습을 미리 신청할까 했으나, 여행이 꽤 긴 관계로 도착해서 생각하자 하고 그냥 하와이로 와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도착한 금요일이 지나고 나니, 토/일요일은 주말이라 한국 에이전시들이 휴무이고 월요일(오늘)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 빨간 날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강습을 신청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전날 밤부터 유튜브를 통해 서핑을 공부했다. 한 파도에는 한 명의 서퍼만 탄다는 기본 매너부터 테이크 오프, 패들링, 심지어 행텐까지 배웠다... 그러나 막상 와이키키 비치로 나가보니 우리의 공부는 글로 사랑을 배운 것만 못했다. 스노보드를 나름 잘 탔기에 서핑도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서핑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엎드려 있는 것조차 힘들었고 패들링을 하는데 뒷목은 왜 이렇게 아픈지... 정말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파도가 잘 부서지는 스폿이 보였다. 그곳에는 고수 서퍼들이 많았고 패들링 하는 솜씨부터가 나와는 레벨이 달랐다. 아마도 나도 그곳에서 연습했어야 테이크 오프를 성공시켰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쳐버린 나에게는 한번 더 도전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내 몸을 컨트롤하기도 힘들었는데 아내는 괜찮을지 걱정도 되었다. 지친 몸에 어떤 파도를 어떻게 타야 할지 감도 오지 않으니 온갖 것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해변을 나와 서핑 보드를 반납했다. 서핑보드는 또 어찌나 크고 무겁던지...


난 서핑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경험해보니 내 생각과는 다른 운동이었다. 좋은 파도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파도를 타는 행위 이상으로 패들링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즉각적인 반응을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오늘 경험을 통해 여름엔 열심히 테니스나 치고 겨울에 스노보드를 타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핑 레슨을 받았으면 조금 달랐을까? 좋은 기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레슨을 찾아서 받지는 않을 것 같다.


Ps. 낚시랑 비슷한 결이라고 느꼈습니다.(와이프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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