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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Sep 12. 2022

친구 만들기 - 나 자신과 친구 되는 법

내가 내게 보내는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


안녕 잘 지내고, 아니 잘 살고 있니? 이 질문을 네게 하고 싶구나. 음... 인생이라는 것이 복잡한 것 같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나는 네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매일 매 순간, 일분일초를 누가 뒤쫓아오는 것처럼 살았는지...


사실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란다.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숨 가쁘게 사는지 말이야.

매일 아침 일어나서는 회사 사무실로 빨리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쿵쿵 뛰는 심장으로 허겁지겁 씻고 옷을 입었다.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일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상사에게 나의 부지런함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어질러진 방을 서둘러서 치웠지. 집안일 자체를 하나의 해야 할 일로 여기다 보니 깨끗이 치워지는 방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기보다 단순히 루틴 업무 하나를 겨우 끝낸 것만 같았다. 물론 방 치우기 외에도 설거지, 빨래하기 등 남은 일은 많았어.


이 과정에서 드는 생각은 '아 빨리 끝내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였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내가 아낄 수 있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분이다.


그 후에는 지친 몸으로 늘어져서 릴스를 봤다. 내 관심사(테니스/여행)나 재미있는 영상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나는 대체 왜 10분을 아끼자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리고 왜 릴스는 한 시간이나 본 걸까.


어느 현자의 말을 네게 전하고 싶다. 그는 설거지는 '설거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설거지를 '그릇을 깨끗하게 하는' 혹은 '다음 식사를 위한 준비'로 여기면 안 되고 단순히 설거지로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말이지만 삶의 정수가 담겨있는 말인 것 같지 않니?


너무 속상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 이왕이면 현명한 방법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깨닫고 또 잊고, 또 깨닫고 반복하겠지만...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잘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니까.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단다. 남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아서 서운해할 필요 없다. 네가 자신에게 해주면 되니까. 오늘도 수고했다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또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그리고 갑작스러운 수술에 속상해도 된다고... 괜찮다. 잘했고 수고했어.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지금처럼 잘 살아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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