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아직도 안 다녀오셨나요?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미국 출신의 화가다. 그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들을 서정적인 컬러와 분위기로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문득 영국의 데이비드 호크니가 생각나기도 하는 화풍인데, 호퍼가 호크니(1937~) 보다 훨씬 형님이셔서 호크니가 호퍼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평생을 미국 뉴욕에서 보냈으나 유럽 예술가에 관심이 많은 스승 헨리의 영향으로 수차례 파리에서 유학했다. NYC의 세련미와 파리의 품격, 낭만의 조화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완성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1900년대 초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두 도시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도시를 주배경으로 펼쳐지는 호퍼의 수많은 작품들이 백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리라. 그는 일상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상상을 가미하여 그림으로 남겼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뭔가 위대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면 별 것 아닌 줄 알았던 어느 지점에 아름다움이 깃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뛰어난 감수성과 천재적인 표현 능력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순간을 캔버스, 영상 등으로 옮겨내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감수성이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내 속의 감수성을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도 몰랐던 내 감수성을 맞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나는 것.
나 지금 살아있구나, 혹은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짜릿한 깨달음을 얻는 것. 이것이 우리가 전시회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내 삶 속에도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호퍼가 아내 조 호퍼를 그린 그림들을 보며 나의 아내가 생각났다.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나중에 머리가 하얗게 센 후 여유롭게 여생을 즐기는 상상은 또 얼마나 달콤한지.
휘트니 미술관에서 수많은 작품을 직접 공수해 온 만큼, 정말 멋지고 좋은 전시였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하고, 기회가 안된다면 기회를 마련하여 방문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지출비용 17,000원 (현장발권 정가 기준)
*평일 입장 시 온라인예약자는 예약 타임에 입장하므로
줄 서서 기다리는 반면 현장 구매자는 곧바로 입장할 수 있었음. 현장 발권 강추!
- 종합평점 4.5 / 5.0
한 작가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연대식으로 구성
- 전시규모 4.5 / 5.0
규모가 꽤 큼, 3개 층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