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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Mar 03. 2024

약을 잘 못 타왔다

다른 정신과 갈 때 팁

일하는 시간대가 교대근무에서 상근직으로 바뀌면서 병원 외래 시간과 겹쳐, 다니던 정신과에 못 가게 됐다.

지난번 외래에서 일할 때도 마주했던 문제인데 또 간과하고 말았다.




부랴부랴 야간진료하는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있긴 하지만 여덟 시까지 하는 곳이 있었다. 리뷰도 괜찮고 병원 분위기도 따뜻해 보였다. 그런데, 이 놈의 건망증이 문제였다. 아침에 꼭 챙겨야지 했던 약봉투를 챙기지 않았고 이름은 알지만 용량이 가물가물했다. 하나는 2mg가 확실한데 다른 하나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의사에게 용량을 잘 못 말해 두 개 다 잘 못 지어오는 실수를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른 정신과에 갈 때 나처럼 실수하지 않도록 몇 가지 팁을 적어보겠다.


야간진료하는 병원을 찾았다면 꼭 접수마감 시간을 알아두자

 보통 검색창에 검색해서 들어가면 나오는 '홈' 메뉴에 진료시간이 적혀있다. 진료시간도 중요하지만 접수 마감 시간도 잘 봐야 한다. 진료시간 맞춰서 갔다가 접수마감 됐다고 헛걸음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병원은 진료시간  10분 전에 환자를 받아버리면 그들의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에 최소 30분 정도 넉넉하게 마감 시간을 잡아 놓는 편이다. 덧붙이자면, 정신과는 과 특성상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유있게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 좋다.


초진은 진료예약이 필요한지 확인하자

 원래 다니던 병원에 처음 갔을 때 초진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왔었다. 일반 병원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는 초진은 반드시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것 또한 그냥 갔다가 헛걸음할 수 있기에 확인이 필요하다. 먼저 홈페이지나 블로그 공지사항, 게시물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지난번 외래 근무했을 때 갔던 병원은 그런 말이 안 나와 있어서 전화로 문의했고 이번에는 다행히 블로그에 상세히 적혀있어서 그냥 방문했다. 아마 운이 없어서 예약이 필요하다거나 당일예약이 안 됐으면 약을 못 타왔을 수도 있다.


처방전이 없다면 약 봉투를 챙기고 평소에 약 이름과 용량을 외워놓자

 타 병원에 갈 예정이라면 처방전을 받아놓고 새로 간 병원에 제출하면 그쪽에서도 진료에 용이하고 나도 편하다. 초진이어도 진료가 빨리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하게 다른 곳을 가야 한다면 먹던 약을 하나 뜯어 가지고 가서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약 이름이 적혀있으면 더 좋고 아니라면 새로 간 곳에서 금방 찾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무과나 의사 입장에서 환자 정보는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 진료에 수월하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만약, 처방전도 없고 약 봉투도 없다면 약 이름과 용량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평소에 본인이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반드시 약 이름뿐 아니라 용량도 기억해 두자. 안 그러면 나같이 이름은 맞는데 용량이 안 맞아서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 처방전도 없고 약 봉투도 없고 약 이름도 모른다면 어떻게 할까? 그래도 괜찮다. 자신이 어떤 증상으로 약을 먹고 있었고 기존 원장님과 상담 시 어떤 말을 했었는지 얘기해 주면(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 제일 약한 용량으로 주신댔어요.', '불안이 심해서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는데 처음에는 낮은 용량이었다가 최근에 올렸어요.'처럼.) 알아서 처방해 주실 것이다.








약을 잘 못 지어왔다는 건 집에 와서 알았다. 레피졸은 이름도 용량도 맞는데 반 알이 아닌 한 알이었고 로프람은 5mg인데 10mg이었다. 순간적으로 '아,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잠깐이었다. 둘 다 반으로 쪼개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원래 약이 소진되고 어제부터 새 약을 먹어야 했다. 손톱으로 반을 쪼개어 물과 함께 들이켰다. 다른 것은 느끼지 못했다. 잘 못 지어왔지만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하는 것은 규칙적이고 남들 쉴 때 쉬어서 좋긴 하지만 병원 진료나 관공서 업무를 볼 때 단점이 된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꼭 가야 하는 곳이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돼버리면 굉장히 난감하다. 당장 이번 달만 해도 다른 병원을 가야 한다. 새로 갔던 병원이 야간 진료 시간이 7시로 변경되면서 퇴근 후 가기에는 촉발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시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8시까지 하는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갈 계획이지만 이럴 때는 교대 근무가 좋은 것 같다. 뭐든 장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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