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냥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빨리 지나가고 길냥이의 시간은 그보다도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사람에 의한 학대, 로드킬, 영양부족, 질병, 다른 동물의 공격 등 다양한 이유들로 길냥이들의 수명은 집냥이에 비해 훨씬 짧다. 회사 출퇴근 길에서도 로드킬을 당한 길냥이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안타깝고 너무나 마음이 안 좋다.
얼마 전부터 회사에 나타난 삼색냥.
여전히 밥때만 되면 나타났다가 밥만 먹고 스윽 사라지는 이 녀석의 부어있는 젖과 제법 불러있는 배를 보고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했을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이 녀석과 함께 있는 너무나 예쁘고 소중한 4마리의 아가냥들을.
그렇다, 이 녀석은 이미 엄마냥이었던 거다.
며칠 전 출근 후 매일 그렇듯 삼색냥의 밥을 챙겨주러 가서 '야옹'하고 녀석을 불렀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어쩐 일인가 싶어 한 그릇 거하게 밥만 차려두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웬걸, 우리 회사 담장 바깥쪽(바로 옆에 다른 회사가 있다)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삼색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꼬물 꼬물대며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새끼들은 치즈 두 녀석, 고등어 두 녀석 이렇게 총 4마리였다.
출산을 했더라도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본 새끼냥들의 모습은 태어난 지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젖을 먹다가 '야옹'하고 삼색이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 놀란 치즈냥 한 마리가 후다닥 몸을 숨기러 뛰어갔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다른 고등어 한 녀석도 젖을 먹다 나를 바라봤다.
밥을 챙겨준지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처음 만나게 된 새끼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뻤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바로 어제까지도 보이지 않던 새끼냥들이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짠'하고 나타난 걸까. 삼색냥은 대체 이 녀석들을 어디에 숨겨두고 다녔던 건지. 혹 옆 회사에서도 우리처럼 밥을 챙겨주고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언제든 왔다가렴
그날 이후 출근해보면 삼색냥과 새끼냥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며칠은 새끼들 없이 삼색냥만 혼자 보이기도 하다가 또 어느 날 보면 새끼냥들도 함께 와 있곤 하는데 어떻게 육아를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개구멍을 통해 넘어와(좌)사료도 먹고가는 새끼냥들(우)요즘은 종종 새끼냥들이 엄마를 따라 회사 담벼락 개구멍을 통해 들어와 사료를 먹거나 주위를 탐색하기도 한다. 볼 때마다 참 귀엽다.
길에서의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새끼냥들 모두 엄마를 따라 씩씩하게 잘 살아나가길 바래본다. 길냥이 새끼로 자라는 게 안쓰러워 보인다고 대책 없이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구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다가 보호소로 옮겨진 후 입양이 안돼 안락사를 당하는 아이들도 많고 무엇보다 새끼냥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필요한 곳은 엄마의 품이니까. 나에겐 한 없이 경계심을 드러내는 삼색냥이 새끼들을 그루밍해주면서 살뜰히 챙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한 모성애가 느껴지곤 한다. 정말 모성애만큼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이 삼색냥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가는지 밥 잘 챙겨주면서 지켜보도록 해야겠다.
새끼냥들아, 맛있는 거 많이 챙겨줄 테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