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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브라운 Jul 18. 2022

엄마냥이었어?

더 잘 챙겨줄게, 건강하렴!!




집냥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빨리 지나가고 길냥이의 시간은 그보다도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사람 학대, 로드킬, 영양부족, 질병, 다른 동물의 공격 등 다양한 이유들로 길냥이들의 수명은 집냥이에 비해 훨씬 짧다. 회사 출퇴근 길에서도 로드킬을 당한 길냥이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안타깝고 너무나 마음이 안 좋다.


얼마 전부터 회사에 나타난 삼색냥.

여전히 밥때만 되면 나타났다가 밥만 먹고 스윽 사라지는 이 녀석의 부어있는 젖과 제법 불러있는 배를 보고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했을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이 녀석과 함께 있는 너무나 예쁘고 소중한 4마리의 아가냥들을.

그렇다, 이 녀석은 이미 엄마냥이었던 거다.


며칠 전 출근 후 매일 그렇듯 삼색냥의 밥을 챙겨주러 가서 '야옹'하고 녀석을 불렀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어쩐 일인가 싶어 한 그릇 거하게 밥만 차려두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웬걸, 우리 회사 담장 바깥쪽(바로 옆에 다른 회사가 있다)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삼색냥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꼬물 꼬물대며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새끼들은 치즈 두 녀석, 고등어 두 녀석 이렇게 총 4마리였다.


출산을 했더라도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본 새끼냥들의 모습은 태어난 지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젖을 먹다가 '야옹'하고 삼색이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 놀란 치즈냥 한 마리가 후다닥 몸을 숨기러 뛰어갔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다른 고등어 한 녀석도 젖을 먹다 나를 바라다.


밥을 챙겨준지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처음 만나게 된 새끼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뻤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바로 어제까지도 보이지 않던 새끼냥들이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짠'하고 나타난 걸까. 삼색냥은 대체 이 녀석들을 어디에 숨겨두고 다녔던 건지. 혹 옆 회사에서도 우리처럼 밥을 챙겨주고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언제든 왔다가렴

그날 이후 출근해보면 삼색냥과 새끼냥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며칠은 새끼들 없이 삼색냥만 혼자 보이기도 하다가 또 어느 날 보면 새끼냥들도 함께 와 있곤 하는데 어떻게 육아를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개구멍을 통해 넘어와(좌)사료도 먹고가는 새끼냥들(우)

요즘은 종종 새끼냥들이 엄마를 따라 회사 담벼락 개구멍을 통해 들어와 사료를 먹거나 주위를 탐색하기도 한다. 볼 때마다 참 귀엽다.


길에서의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새끼냥들 모두 엄마를 따라 씩씩하게 잘 살아나가길 바래본다. 길냥이 새끼로 자라는 게 안쓰러워 보인다고 대책 없이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구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다가 보호소로 옮겨진 후 입양이 안돼 안락사를 당하는 아이들도 많고 무엇보다 새끼냥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필요한 곳은 엄마의 품이니까. 나에겐 한 없이 경계심을 드러내는 삼색냥이 새끼들을 그루밍해주면서 살뜰히 챙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한 모성애가 느껴지곤 한다. 정말 모성애만큼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이 삼색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가는지 밥 잘 챙겨주면서 지켜보도록 해야겠다.


새끼냥들아, 맛있는 거 많이 챙겨줄 테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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