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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브라운 Sep 23. 2022

함께 한다는 것

여섯 고양이들과 나




열대야와 한낮의 찌는 듯한 무더위로 하루종일 날씨와 사투를 벌여야 했던  여름.

언제쯤  이 더위가 지나가려나 싶었는데 계절은 어느새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초입에 이르렀다. 반팔만 입기엔 이제 아침, 저녁으론 꽤나 쌀쌀한 날씨다.


역시나 시간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흐른다.


나의 루틴


이 무더위 속에서도 매일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했던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회사 길냥이들 밥 챙겨주기다. 출근 후 이 녀석, 저 녀석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퇴근 때쯤 한번 더 밥을 챙겨주는 그 반복되는 시간이 위와 업무에 지친 내겐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밥을 챙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스윽 나타나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고양이들을 볼 때면 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삼색냥 가족


삼색 가족은 여전히 담벼락 개구멍을 넘나들며 잘 지내고 있다. 새끼냥들은 이제 엄마만큼 몸집이 커졌는데 개냥이들은 아니라서 바로 앞에까지 다가오진 않지만 그래도 밥을 먹는 시간만큼은 나에게 곁을 내어준다. 물론 밥을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개구멍으로 모두 사라져 버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가까워지는 중이며 예전보단 확실히 서로 간의 거리를 많이 좁혔다. 오늘보다 내일 더 가까워 우리. 지금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 바랄 뿐이다.


레오


회사의 터줏대감 레오는 요즘 얼굴 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져 처음엔 다른 곳으로 간 건가 싶었는데 그래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난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냥'이라고 말해주듯. 레오는 여전히 나를 보면 배를 뒤집어 까고 손에 얼굴을 비비며 난리다. 가끔 보는 녀석이라 한 번 볼 때마다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데 이 녀석, 이 좋은 집을 두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 모르겠다. 삼색냥 가족과 친해지지 못해서 그런 걸까. 그래도 가끔 마주칠 때 싸우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레오야, 그냥 회사에 있으면 안 되겠니?


치즈냥


말썽쟁이 치즈냥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난 정말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하다. 레오와는 마주치기만 하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이 녀석이 삼색냥과는 분명 아는 사이임이 틀림없는데 무슨 관계인지 알 방법이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 수컷인 치즈냥은 삼색냥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둘은 낮은 울음소리를 내다 천천히 다가가 서로 냄새를 맡고선 별일 없다는 듯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둘이 마주쳤을 때 삼색냥의 울음소리에 치즈냥이 왠지 모르게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이며 그대로 자리를 피할 때가 있다. 처음엔 모자 지간인가 싶었는데 암만 봐도 삼색냥보단 치즈냥이 나이가 더 많아 보이고 남매라 하기에도 생김새나 덩치가 너무 달라 둘 다 아닌 걸로 혼자 결론을 내렸다.

새끼냥들에게도 조금은 호의적인 치즈냥을 보면 둘이 부부인가 싶기도 한데 그렇다 해도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치즈냥아, 정체 뭐니?


같이 살자꾸냥


고양이 여섯 마리를 케어하다 보니 간식과 사료값으로 나가는 비용이 은근히 많다. 얼마 전엔 열빙어를 간식으로 줘봤더니 다들 미친 듯이 먹어대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 작은 입으로 앙칼지게 깨물고 씹어가며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는데 역시나 고양이에겐 생선인가 보다.


다행히 새끼냥들도 한 녀석만 사라진 뒤로 더는 문제없이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고 있어 이제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된다. 이 녀석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왜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하는지 알 것 같다. 확실히 이 녀석들은 내가 마음을 주는 만큼, 그리고 내가 다가간 만큼 나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에,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정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전해진다.


요즘 새끼냥들이 좀 컸다고 발톱을 드러낸 상태로 앞발을 휙휙 휘두르며 내 손을 할퀴고 있는데 이게 은근슬쩍 따갑고 아프다. 찾아보니 그럴 땐 무시의 의미로 그냥 휙 자리를 뜨라고 하던데 그럼에도 이 녀석들이 너무 어려서 그런지 달라지는 게 없다. 그냥 이만큼 거리가 좁혀진 거라 생각하면 좀 나으려나.


여섯 냥이들아, 오늘도 내일도 늘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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