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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브라운 Dec 01. 2022

월동준비

이 녀석들, 겨울 잘 보낼 수 있지?




갑자기 한 겨울이 찾아왔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기온이 내려갈 수 있는 걸까? 화요일 오후부터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는 게 피부로 느껴지더니 요일 아침, 정말 갑작스레 한 겨울이 찾아와 버렸다. 출근길, 결국 여태껏 개시하지 않았던 겨울 내복을 아래위로 갖춰 입고 집을 나섰는데 아파트 현관을 나오니 칼바람이 바로 귓볼을 때렸다.

그냥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길냥이들의 겨울

회사에 도착해 고양이들을 보러 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땠으려나 걱정이 돼서 가봤더니 이 녀석들, 날 보고선 어서 밥을 달라는 듯 세 마리가 한데 모여 날 주시하기 시작했다.


추워지긴 했나 보다. 녀석들 마시라고 여기저기 놓아둔 물이 다 얼어있었다. 밤새 갈증이 많이 났겠구나 싶어 어서 물부터 채워줬더니 고등어 녀석이 옆으로 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모습은 참 귀엽다. 그 작은 입으로 할짝거리며 먹는 걸 보고 있으면 어느 세월에 다 먹을까 싶은데 또 막상 옆에서 보면 그 속도가 그렇게 느리지도 않다.


오늘도 어서 밥을 내놓으라는 이 녀석들을 위해 습식사료에 건사료를 섞고 북어 트릿과 열빙어까지 한 상 푸짐하게 차려줬다. 잘 먹는 녀석들이 괜히 대견스럽다.


밥을 다 먹고서도 뭔가 아쉬운 듯 애옹 거리는 녀석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간식을 좀 줬다. 동네 마트에서 봉지 소리만 나도 고양이들이 달려든다는 간식을 사서 줘봤더니 잘 먹길래 냉큼 대용량으로 구매를 했는데 몇 알씩 줬더니 참 맛있게도 먹는다. 오도독 깨물어 먹는 소리까지 내면서. 간식까지 다 먹고 나서야 좀 만족했는지 그루밍을 하기 시작하는 녀석들. 고양이의 하루는 자고 그루밍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요즘 엄마 냥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얼마 전부터 아침에 밥 먹을 때만 잠깐 얼굴을 고 하루 종일 모습을 보기가 힘든데 아무래도 중성화가 안 돼있다 보니 발정기가 와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듯하다. 살뜰하게 새끼들을 보살피던 엄마냥. 그 작았던 새끼들이 지금은 엄마냥보다 덩치가  이제 앞가림은 할 수 있겠다 싶어 안심하고 나가는 걸까. 항상 새끼들 곁을 지키던 녀석이 잘 보이질 않으니 괜한 걱정이 앞선다.


항상 붙어있는 세 녀석이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밤에 잘 있는 건지 걱정인데 다행히도 며칠 전 사무실 동료가 이 녀석들을 위해 월동준비를 해줬다. 이 녀석들 요즘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쪽에 있는 창고를 보금자리로 사용하고 있는데 동료가 그곳에 이불로 녀석들 집을 만들어 준 것이다. 철문만 하나 있고 사방이 막힌 곳이라 녀석들이 지내기엔 딱 좋은 곳인데 작은 구멍이 하나 있어 녀석들은 그곳으로 드나들고 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자 바람과 추위를 피해 더 따뜻한 곳으로 파고든 고양이들. 생존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 대견하다.

요기가 고양이들 보금자리 입구다

길냥이들에게 겨울은 참으로 가혹한 계절이다. 길에서의 생활이 언제라고 편할까 싶긴 하지만 영하의 강추위를 견뎌야 하고 마실 물까지 얼어버리는 겨울은 길냥이들에게 정말 혹독한 시간이다. 어느새 세 번째 계절을 함께 하고 있는 이 녀석들. 무더웠던 여름을 잘 보내고 햇빛 좋았던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이 추운 겨울, 네 가족이 아무 일 없이 이 시간을 잘 이겨내옆에서 응원해야겠다.

 

이 녀석들, 겨울 잘 보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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