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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추운 겨울 정말 고생했어!!

by J브라운




봄이 온다.

어느덧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낮엔 10도 가까이 쑥 올라가는 날들이 많아졌다. 눈도 많이 오고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겨울. 이제 꽃샘추위만을 남겨둔 채 이렇게 봄이 오는 듯하다.


겨울나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3형제 녀석들은 추위와 바람을 피해 점점 회사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겨울을 대비해 건물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월동준비를 단단히 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안 그래도 강력한 한파에 이 녀석들이 밖에서 괜찮을까 싶어 억지로라도 건물 안으로 데려오려 했는데 알아서 들어왔으니.


사무실 안으로는 들일 수가 없어 1층 자재창고 한켠에 3형제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다. 창고다 보니 난방시설이 별도로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겨울의 바깥 바람을 피하며 지내기엔 괜찮을 것 같았다. 먼저 플라스틱 박스와 종이박스로 세 녀석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큰 집을 만들고 바닥엔 전기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저온화상에 대비해 전기매트 위에 담요를 깔았고 그래도 추울까 싶어 집 전체를 두툼한 천으로 감쌌다. 만들고 보니 디자인은 영 별로지만 무척이나 실용적인 고양이 하우스가 완성됐다.


녀석들이 잘 사용해 주길 바라며 전기매트를 켜 놓은 체 퇴근을 하고 다음 날. 녀석들이 들어와 있을까 궁금해 가 봤더니 삼 형제는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집 안에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다.


바닥을 만져보니 따뜻했다. 역시나 따뜻한 걸 좋아하는 고양이들이라 귀신같이 이 온기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참 기특한 녀석들이다.


그렇게 겨울을 맞이하고 지금까지 녀석들은 이 집에서 나름 따뜻하게 추운 겨울을 보냈다.


With you


올 겨울,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이 녀석들과 함께였다.

출근하면 밥부터 챙겨주고 꽁꽁 언 물도 갈아주고. 중간중간 간식도 챙겨주며 퇴근 전 다시 한번 사료와 물을 채워주면서 두 달 정도를 지냈더니 녀석들과도 한껏 가까워졌다. 이제 아침에 밥을 챙겨주러 가면 세 녀석들이 내게 다가와 머리와 엉덩이를 막 들밀고 손으로 주는 간식도 잘 받아먹는다.


최대한 손을 안 타게 하려 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반년이 넘다 보니 결국은 내 손을 타게 된 녀석들. 챙겨준 밥을 맛있게 먹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이 추운 날들을 별 탈없이 견뎌낸 게 너무나 대견스러워 등을 쓰다듬어주곤 한다. 예전엔 내 손이 닿는다 싶으면 잽싸게 도망가던 녀석들이 이젠 내 손길에 몸을 맡긴 채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뭔가 뭉클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진심은 통하나 보다.

빨리 밥 달라냥

엄마냥은 아이들에게 밥자리를 물려줬다.

한 동안 잘 안 보이는가 싶더니 요즘은 거의 매일 아침에 와서 밥만 먹고 그대로 사라진다. 여전히 내 눈치를 엄청 보면서. 엄마냥과의 거리는 딱 여기까지인가 보다. 새끼들과도 냄새를 맡으며 인사만 하고 그대로 자리를 뜨는 엄마냥. 3형제가 완전 애기들이었던 지난 여름, 살뜰하게 새끼들을 보살피던 엄마냥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네 식구의 지난 여름

이 3형제와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고 이제 함께 보내는 첫 번째 봄이 곧 시작되려 한다. 작년 여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자란 녀석들.

Before & After

얼마 전 녀석들 이름도 지어줬다. 메주, 카레, 호랑이. 뭐 불러도 아무 반응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억해 주길 바라며 부르고 있다.

메주, 카레, 호랑이

메주가 혼자 뭘 그렇게 많이 먹는지 잔뜩 살이 쪄서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셋이 함께 잘 살아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메주야, 왜 혼자 뚱냥이가 되고 있는거니

추운 겨울도 잘 이겨냈으니 다가오는 봄도 아픈 곳 없이 매일매일 얼굴 보면서 지금처럼 함께 지내게 되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이 녀석들, 추운 겨울 정말 고생 많았어^^

올 봄도 함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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