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빌어요

수험생 모두 파이팅!!

by J브라운




오늘은 202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길에 오르는 나는 매년 수능날이 되면 확실히 도로에 차량이 평소보다 적음을 실감하게 된다. 원래도 목요일은 출근길 정체가 조금은 덜한 편이긴 하지만 수능날은 출근 차량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적다. 매일 출근길을 함께 하는 라디오에서도 오늘은 온통 수능 얘기뿐이었다.


이번 수능엔 51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를 했고 그중 30% 정도가 졸업생이라고 한다. 3명에 1명 꼴로 재학생이 아니란 말인데 언제부터 이렇게 n수생 비중이 높아졌던 건지 새삼 놀라웠다.


라떼는 말이야


수험생들은 어젯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떨리고 긴장돼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었을까.

나도 수능을 보긴 했지만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당일 고사장으로 가던 지하철에서의 기억은 상당히 또렷하게 남아있다. 중학교 때부터 등하교는 언제나 버스를 이용했던 터라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는 게 뭔가 어색하고 신선했던 그날. 조금 이른 시간에 지하철을 탔더니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 출퇴근길엔 사람들로 꽉 차는 2호선 사당으로 가는 길이었음에도 차분하게 앉아갈 수 있었다. 희한하게 수능날을 생각해 보면 이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사장에 들어갈 때 얼굴도 모르는 학교 후배들이 같은 교복라는 이유만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힘차게 응원해 주던 모습과 그날 엄마가 도시락으로 싸주신 볶음밥도 생각난다. 걱정 많고 소심한 성격에 시험 시작 전까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딱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수능날이고 나머지 하나는 군 입대 날이다. 날의 떨림과 걱정, 불안함은 정말 다시 느껴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수능을 한 번으로 끝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흔치 않았던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정신 못 차리고 공부를 하지 않았었는데 고3, 1년간 나름 열심히 한 덕분인지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훨씬 더 높은 성적으로 그래도 수도권 4년제에 입학할 수 있었다. 노력의 힘이 컸을 테지만 분명 운도 따랐을 거고 시험시간 내내 교회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신 엄마의 정성도 한 몫 했으리라.


행운을 빌어요


오늘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도 얼마나 떨리고 긴장이 될까.


긴장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다. 여전히 삶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면 나이 40이 넘은 나도 많은 긴장을 하게 되니까. 밀려오는 긴장감을 떨쳐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 하루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아는 만큼,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주기를.

물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것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상실감은 모든 의욕을 꺾어 버릴 수도 있을 거고. 하지만 언제나 기회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음을, 노력하는 만큼 또다시 좋은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수능이,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본인이 확고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게다가 그 일이 대학 졸업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리고 살아보니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삶엔 참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딱히 꿈이 없었던 난 막연하게 좋은 대학을 나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삶의 정답이라 생각했다. 당시 또래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훗 날 사회에 나와보니 이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세상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무척이나 많은 길이 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남들 하는 대로 공부하고 취업만 생각했던 그땐 알 수 없었던, 이 세상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넓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 넓은 세상에 놓여져 있던 수많은 길을 보면서 어쩌면 대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물론 지금 수능을 보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겐 피부로 와닿지 않을 것 임을 잘 안다. 그냥 이럴 수도 있다는 것만 한 번 생각해 주길.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힘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교를 다닐 땐 알 수 없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오게 되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곳곳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학벌이란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나 대학 졸업 후 일반 기업으로의 취업을 원한다면 대학 졸업장은 반드시 필요한 스펙이다. 물론 이런 사회를 물려주게 된 점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로써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렇기에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힘들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아직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세상이기에 오늘 하루 지난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오늘 수능을 치르는 51만 수험생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과에 상관없이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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