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브라운 Apr 20. 2023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매일 듣는 라디오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멤버인 문빈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은 나도 알고 있는 이름.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까지 짙게 낀 출근길에 이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최근 TV뉴스나 기사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고 있다. 특히 요즘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만 해도 세 명이나 된다. 이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전국이 폐허가 된 한국전쟁 이후 20~30년 만에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급속 발전을 이뤄낸 나라이자 지리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음에도 2022년 기준 세계 국력 순위에서 64.7점으로 일본과 프랑스를 제치고 6위를 기록한 경제 강국이다.(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 자료)

하지만 이렇게 성장한 국력과는 달리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 11.1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자살이며 국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6.6명이나 된다.(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행복도 조사에서도 OECD국가 중 최하위에 위치한다. 가장 최근의 조사(2020년~2022년 데이터 기반)에서도 전체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는데 OECD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행복도가 떨어지는 나라는 그리스, 튀르키예, 콜롬비아 세 나라가 전부다. 그리고 이 세 나라는 현재 국가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위권엔 북유럽 국가들(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7위 노르웨이)과 이스라엘(4위), 네덜란드(5위), 룩셈부르크(9위), 뉴질랜드(10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부정부패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위권 국가들을 보니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짧은 시간에 나라는 발전하고 국력은 강해졌지만 사회와 시민의식은 그만큼의 성숙함을 갖추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여전히 팽배한 물질만능 주의, 어려서부터 경험하게 되는 끊임없는 경쟁, 점점 더 심해지는 경제적 양극화와 이로 인한 청년세대의 절망, 갈 곳을 잃은 중장년층, 급속도로 늘어나는 노년층 등.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어느 곳 하나 멀쩡해 보이는 곳이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얼마 전 영종도를 가기 위해 인천대교를 지나다 갓길 쪽에 플라스틱 드럼통들이 줄지어 있는 걸 봤다. 인천대교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보면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플라스틱 드럼이야 차로 얼마든지 밀어버릴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작정하고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본인이 타고 온 차는 그냥 도로에 세워 둘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게 무슨 대책인이란 말인가. 차라리 1m나 될까 싶은 난간을 쉽게 넘지 못하도록 무언가 조치를 취해 놨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사람의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잘 안다. 그렇더라도, 이런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에 부디 딱 한 번만이라도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놔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어쩌면 삶에 지쳐버린 당신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사람이 가까이에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그대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싶어 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 따뜻함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게요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