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만남
어제(5/15)는 오후 날씨가 마치 여름 같았다.
한 낮 기온이 서울기준 27℃까지 오르면서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는데 오늘은 더 덥다고 했다.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거라는 올여름. 이제 정말 여름이 오려나 보다.
헤어짐
여름을 앞두고 회사 고양이 식구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회사에서 겨울을 잘 보내고 함께 봄을 맞이한 새끼냥 삼 형제 중 두 녀석이 독립을 했다.
4월 초, 주말이 지나고 출근을 해보니 메주가 보이지 않았는데 녀석은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엔 주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이 됐다. 하지만 남은 두 녀석(카레, 호랑이)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녀석들에게서 상처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얼마 후 호랑이 마저 사라지고 카레 혼자 남게 되자 그제서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됐다. 두 녀석이 독립을 한 게 아닐까 하고(아마도 맞길 바란다).
그런데 참 궁금하다. 왜 꼭 주말 사이에만 녀석들이 사라져 버리는 건지. 메주도, 호랑이도 금요일까진 분명 회사에 있었는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출근해 보니 보이지 않았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혼자 남은 카레는 외로움을 부쩍 많이 타는 듯했다. 경계심이 많아 삼 형제 중 손도 가장 늦게 탔던 녀석이 혼자가 되고 나서는 직원들이 보일 때마다 뭐라 뭐라 말을 하면서 졸졸 따라다닌다. 외롭다는 건지, 밥을 달라는 건지, 놀아달라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럴 때마다 난 카레의 얼굴을 오래 만져주고 간다. 내 손길에 골골대며 눈을 감고 있는 카레를 보면 왠지 안쓰럽다.
출산
삼 형제의 엄마인 삼색냥.
언젠가부터 이 녀석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게 보였다. 처음엔 살이 찌는 건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배만 나오는 게 역시나 임신이 맞는 것 같았다. 요즘 삼색냥은 종종 만지는 것도 허락하는데(어쩌다 한 번이긴 하지만) 녀석이 밥을 먹을 때 옆에서 보니 이건 분명 임신이었다. 하긴, 처음 이 삼색냥의 새끼들인 삼 형제를 봤던 게 얼핏 1년 전이다. 길고양이인 만큼 다시 임신과 출산을 할 때도 된 거겠지.
신경이 쓰여 밥에 이것저것 넣어 챙겨주고 있었는데 며칠 안 보이던 삼색냥이 배가 홀쭉해진 체로 나타났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출산을 한 것 같았다. 신기하다. 작년에도 그렇고 이 녀석은 대체 어디에 새끼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는 걸까. 이 녀석의 배가 홀쭉해진 지 3주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회사 근처 어디에서도 새끼 고양이들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 더 지나 사료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면 함께 밥이라도 먹으러 오려나. 한 번쯤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긴 하다. 그때까지 새끼들 모두 항상 건강하기를.
새 식구
지난주 수요일인가 퇴근을 하려 주차장에 갔더니 웬 치즈색 고양이가 차 밑에서 나와 후다닥 도망가는 게 보였다. 고양이 소리를 내 봤더니 저쪽에서 몸을 숨긴 채 고개만 빼꼼 내밀던 녀석. 혹시나 싶어 주차장 한 구석에 사료와 물을 두고 갔는데 다음 날 출근시간, 사료를 먹던 녀석과 딱 마주쳤다.
혼자 남은 카레보다 더 작아 보이는 녀석.
녀석은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후다닥 몸을 숨겼다. 내가 고양이 소리를 내자 저쪽에서 슬쩍 모습을 보이는 녀석. 귀 컷팅이 돼 있는 걸 보니 중성화를 한 후 방사한 길냥이가 아닐까 싶었다. 밥도 못 먹게 한 게 미안해 얼른 조금 멀리 떨어지자 녀석은 천천히 나와 다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이 동네 길냥이들 사이에 맛집이라고 소문이라도 난 모양이다. 이 녀석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건지.
녀석이 밥을 먹는 사이 사무실에 가서 츄르를 하나 가지고 왔다.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는 녀석 옆으로 멀찍이 앉아 "야옹"하고 부르며 손을 내밀었더니 어라, 녀석이 조심스럽게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은 천천히 내 손 냄새를 맡더니 바로 자신의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이미 사람 손을 제법 탄 녀석인 것 같았다.
낯선 내가 여기저기 만져줌에도 별 거부반응 없이 내 손길을 받아들이던 녀석.
조금 있으려니 녀석은 궁디팡팡이라도 해 달라는 듯 엉덩이를 내쪽으로 돌렸다.
이 순한 녀석이 어떤 이유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에 머무는 동안은 별 탈없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함께
지금 이 녀석은 혼자 남은 카레와 잘 붙어 다니고 있다. 서로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알 순 없지만 장난도 치고 함께 차 밑에 들어가 누워있기도 한다.
혼자 남아 외로워 보이던 카레에게도 잘 된 일인 것 같다. 이 녀석들이 또 언제 이곳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길냥이들의 세계는 정말 알 수가 없다) 함께 하는 동안은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