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의 일부분이었는데 프로그램에서 일명 금쪽이로 불리는 아이(아들)가 도로가에서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 치는 장면이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분명 촬영 중 생긴 실제상황이었다.
'하...'
탄식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발모광 금쪽이
내가 본 영상은 금쪽같은 내 새끼 147~148화 '발모광'편의 일부였다.더 찾아보니 현재 중1인 금쪽이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눈썹, 속눈썹, 머리카락 등을 뽑는 발모광 증세를 갖게된 아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 이것 말고도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분노조절장애는 둘째치고 할머니에게도 막말을 하며 엄마에겐 욕설뿐만 아니라 폭력도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중 1이나 되었음에도 엄마와 함께 자려고 하는 금쪽이. 그런 금쪽이는 자신과 함께 자는 것 대신 분리수면 방법을 알려주는 엄마를 향해 욕설을 내뱉고 급기야 폭력을 행사한다. 금쪽이가 이러는 이유는 하나다.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
실랑이를 벌이던 금쪽이는 그대로 엄마를 따라 나와 손바닥으로 엄마를 때리다가 결국은 강한 발차기로 엄마의 아픈 다리를 가격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엄마는 쓰러져 운다. 그렇게 엄마에게 분풀이를 하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금쪽이. 도대체 이 아이는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이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고 있는 건지 이 아이의 머릿속이 너무나 궁금했다.
방송 중엔 금쪽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번지점프를 하러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영상으로 본 것은 여기서 발생한 일이었다. 엄마와 함께 시원하게 번지점프를 하고 온 금쪽이는 한 번 더 타고 싶다 얘기하는데 엄마가 못 타게 하자 그새 기분이 나빠지고 반성할 때까지 말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말에 분노해 결국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길가에 내동댕이 쳐 버린다. 아들의 행동에 당황해 성급히 아이를 제압하여 차에 태운 후 주저앉아 하염없이 우는 엄마.
이 장면은 다시 봐도 적응이 안 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우리 부모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막 태어나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아기를 돌보는 것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미운짓만 골라하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를 훈육하는 것도,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 자녀를 대하는 것까지 모두가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요즘은 부모 자식 간에도 체벌이 금지되어 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부모님께 매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죽하면 사랑의 매라고 했을까.
내가 자란 사회적 분위기가 그래서였는지 난 체벌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내가 명확히 잘못을 했고 그에 대해 부모님께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의 체벌은 나로 하여금 '아,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된 거구나, 다신 그러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끔 해줬으니까. 물론 여기엔 부모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우리 부모님이 평소 폭력을 일삼거나 별 일 아님에도 매부터 나오는 분들이셨다면 나 또한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또 다른 금쪽이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께 체벌은 최후의 수단이었고 언제나 대화가 먼저였다.
말로 하는 훈육만으로도 난 충분히 부모님의 마음과 의도를 알 수 있었는데 부모님이 매를 드신건 빤히 잘못을 했음에도 끝내 인정하지 않거나 거짓말로 끝까지 두 분을 속이려 할 때, 그때뿐이었다. 가정교육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고 그 방법에 대한 연구가 턱 없이 부족했던 시절에 우리 부모님의 가정교육은 다른 어느 집보다 훌륭했다 자부한다.
그런데 발모광 금쪽이를 보면서, 도대체 이런 아이는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 건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아이들도 말로만 해서 교육이 될까? 14살에 이미 엄마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버린 이 아이가 과연 평범한 아들로 돌아올 수 있을까?
관련 기사엔 많은 댓글이 있었는데 그중엔 막말로 맞으면 정신 차릴 거라는 의견도 꽤 있었다.물론 나도 이런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적정선의 체벌이 있었다면 이 정돈 아니지 않았을까.
훈육
아이가 자라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가 잘못했을 때 훈육을 하게 된다. 부모들이 화를 안 내고 좋은 말로 아이를 이해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볼 때면 때론 존경스럽게까지 느껴지곤 한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두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는 아이에게 뭘 잘못했고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엄마 아빠. 하지만 궁금하다. 엄마 아빠의 말을 그저 배시시 웃어넘기는 아이가 이 상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 그리고 아이가 같은 실수를 해도 다시 좋은 말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부모와 그런 엄마아빠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내 궁금증을 더욱 가중시킨다.이런 방식의 훈육이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난 알 수가 없다.
종종 보게 되는 조카 중에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하나 있다. 이 녀석은 조금 산만하다. 밥을 먹을 때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데 이 녀석이 밥을 다 먹으려면 정말 하세월이다. 겨우 밥을 다 먹고 나면 또 뭐가 그리 신나는지 소리까지 지르며 거실을 뛰어다니고 그대로 소파에 올라가 방방 뛰어대는 녀석. 시끄럽고 정신 사납다. 이 아이는 할아버지가 뭘 물어봐도 못 들은 척 대답이 없는데 그럴 땐 옆에서 부모가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줄 만도 한데 그러는 적이 없다. 그리고 가끔 아내에게 웃는 얼굴로 손찌검도 하는 아이. 물론 장난이란 걸 알지만 때리는 강도가 제법 세다. 애 아빠가 하지 말라해도 아이는 들은 척 만 척이다.
말을 듣지 않자 아빠가 슬슬 혼낼 기미를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아이의 엄마는 말한다.
좋게 얘기하면 되지 왜 아이에게 화를 내려하냐고.
그럼 아빠는 말한다.
니가 그러니까 애가 말을 안 듣는 거 아니냐고.
이 얘기에 아이 엄마는 그래도 화를 내는 건 아니라 말한다.
아이 엄마는 이 녀석이 더 어렸을 때도 화를 내며 혼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잘못을 한 아이에게 어떻게든 좋은 말로상황을 이해시키려 하는데 내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큰 효과를 본 것 같진 않다. 점점 예의가 없어지고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은 이 녀석.
물론 부모마다 훈육방식이다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밥 먹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시간 내내 돌아다니는 아이.
할아버지가 계속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 없는 아이.
집에서 소리 지르며 방방 뛰어다니는 아이.
어른에게 손찌검을 하는 아이.
이런 아이에게 좋게 말로만 하는 훈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이 녀석은 엄마아빠에게 혼날 때도 그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아무리 봐도 본인이 혼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이다. 하긴, 저렇게 좋게만 얘기하는데 아이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나 할까. 그리고 부모를 무서워하지 않는데 다른 어른이라고 무섭겠는가? 그래서 할아버지도 무시하고 아내에게도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난 적어도 아이가 타인에게 무례한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로서 따끔하게 혼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그 녀석을 만날 때면 부모도 가만있는데 내가 뭐라고 혼을 내나 싶어서 그냥 있지만 무례한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저랬다면 아마 부모님에게 벌써 한 대 맞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본인만의 방식이라고 하지만 이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잡고 마냥 좋은 말로만 설명해 주는 게 맞는 훈육인 걸까?
이 조카 녀석뿐만 아니라 버릇없는 아이들을 보면 한 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땐 이런 일들이 흔하기도 했다. 많은 가정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 부모님께 맞으며 자란 우리 세대를 보며 생각해 본다.
정말 체벌은 잘못된 훈육인 걸까?
체벌금지법
자녀에 대한 체벌은 2021년부터 법으로 금지됐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함이다.
체벌은 분명 훈육으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또한 체벌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좌절감이나 갈등, 부정적 자아개념을 유발하고 훈육으로서의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어 법으로 금지됐다. 또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31조 8항은 학교의 장은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다수의 시도교육청에서 체벌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체벌금지, 찬성 VS 반대
체벌금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체벌금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주장은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가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로 판단된 24,604건 중 18,919건(76.9%)의 학대가 부모로부터 발생했고 78.7%가 가정에서 벌어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학대 가해자인 부모에게서 아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과 부모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무마하려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체벌금지법은 부모의 자유로운 훈육을 억압하고 간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학대를 훈육으로 치부하려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일례로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을 금지한 스웨덴의 경우 법 시행 전 50% 수준이던 가정 내 체벌이 2010년 초반에는 10%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이 같은 흐름을 따르는 중이다.
또한 체벌도 일종의 폭력인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피해자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즉, 폭력은 이를 행사함으로써 상대(자녀)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게 만드는 것인데 아이를 훈육함에 있어 체벌을 우선으로 한다면 이는 분명 아동학대가 맞다. 거기에 폭력은 익숙해질수록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경향이 있어 체벌은 아동학대를 넘어 아이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체벌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잃는 것이 더 많은 훈육방법이라 말한다. 스웨덴의 아동 권리 전문가인 스타판 얀손 칼스타드 교수는 자녀 체벌이 '즉각적인 명령 준수'라는 효과를 주지만 체벌로 인한 불안감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망치고 학습과 학업 수행을 방해하며 아동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등 막대한 손해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아동보호 단체에서도 체벌은 효과도 일시적이지만 상승효과가 있어서 만성적이고 더 크게 매질하게 되며 그게 학대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결국 훈육하는 과정에서 굳이 물리적인 공포심을 이용해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이들은 먼저 국가가 가정의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방법은 가정 상황이나 혹은 부모의 교육관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학대 수준의 폭력은 당연히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맞지만 올바른 훈육을 위한 행동까지 제한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며 가정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체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도 문제다. 예를 들어 꿀 밤을 한 대 때렸다거나 손을 들게 하는 것도 체벌로 볼 수 있을까? 기준이 모호해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까지가 학대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체벌금지법 시행으로 가정 내 체벌이 더욱 은밀하게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통상적, 관례적으로 행해지던 것들은 그것들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한 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법망을 피하기 위해 그 수법은 더 교묘하고 은밀해지는데 체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벌을 금지하기보다는 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훈육에 대한 교육을 통해 체벌이 필요 없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결과 아동학대를 했던 부모들 중 42.5%가 훈육 방법을 몰라서였다고 한다. 훈육에 대해 무지해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훈육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엔 학교에서도 체벌이 금지되면서 교권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훈육의 한 방법인 체벌에 대한 찬반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마무리
어렸을 적 부모님께 이따금씩 사랑의 매를 맞았던 내 입장에선 체벌이 잘못된 훈육이라는 의견에 백 프로 공감하긴 어렵다. 물론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폭력은 중독성이 있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니까. 하지만 적당한 체벌은 분명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 긍정적 기능이 있음을 실제 경험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분명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신 부모님 덕분이었고 그게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체벌의 부작용(폭력성, 트라우마,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 등)을 겪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이제 체벌은 법적으로 금지된 훈육 방법이다.체벌에 대한 찬반 양쪽의 입장에도 다 일리가 있고 체벌금지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체벌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물리적인 폭행으로 상해를 입는다면 이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만큼 잘 지켜져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아직도 곳곳의 많은 금쪽이들을 볼 때면 생각한다.이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사랑의 매를 맞기도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아직도 1980년대 가정교육 문화를 기억하고 있는 내 머릿속에 체벌은 계륵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시민의식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고 성숙됐다.또한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껴줘야 할 작고 약한 아이에게 손을 댄다는 건 지금의 우리 시대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여기엔 신체적인 학대뿐만이 아니라 정서적, 정신적 학대도 포함된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의 마음속에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와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육아경험이 없는 내가 아이의 훈육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게 어불성설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긴 글을 쓴 이유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곳곳의 금쪽이들이 부모와 어른들의 올바른 훈육아래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이것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