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8층 병동

by J브라운


아내의 외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께서 지난 금요일, 집에 혼자 계시다가 갈비뼈가 4개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시고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오셨다. 당시 집엔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터라 사고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이리 큰일이 일어난 걸까.


금요일 오후, 아내로부터 사고 얘길 들었고 오늘에서야 병실로 찾아뵀다. 도착해 보니 아내의 이모님 두 분이 와 계셨고 할머니께선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이모님들께 들은 바로는 점심식사 후 속이 안 좋다 하시더니 구토를 하시곤 조금 전에 잠든 거라 하셨다.


병원이어서였을까?

추석 때 마지막으로 뵈었던 할머니가 그새 더 쇄약해 지신 것 같았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중학교 때 갈비뼈에 실금이 간 적이 있었는데 숨을 조금만 크게 들이쉬어도 쿡쿡 찌르는 통증 때문에 꽤나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실금도 그 정도였는데 하물며 갈비뼈가 네 개나 골절된 할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주무시는 할머니의 표정이 통증 때문인지 편치 않으신 듯했다.


어르신들께 골절사고는 꽤나 치명적이다. 회복 기간도 길 뿐 아니라 일상의 불편함도 젊은 세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장모님께 할머니가 다리에 힘이 없으신 것 같단 말씀을 들었는데 이렇게 일이 나 버렸다.


일요일 오후, 어느 병원의 8층 병동


할머니가 계신 곳은 2인 병실이었는데 옆에도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다리골절로 입원하셨다는 할머니는 치매로 간병 중인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만 그래도 부모 자식 간이니까. 열 달간 품고서 배 아파 나은 내 자식게 뭔가 끌림이 있는지 할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서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말씀하셨다.


"고마워요 예쁜 언니,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선 맞잡은 딸의 손을 당신의 얼굴에 갖다 대시곤 연신 손등에 입을 맞추셨다. 딸은 그런 엄마의 모습이 익숙한 듯 다른 손으로 할머니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두 분의 할머니를 보면서 먼 훗날의 내 모습을 생각해 봤다. 40여 년의 시간이 더 흘러 여든이 훌쩍 넘은 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처럼 아내와 알콩달콩 잘 살아가고 있을까.

꿈꾸던 멋진 노후의 삶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혹 이런 모습일지도.


더 이상 혼자서 몸을 건사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거나,

아내도 없이 나 혼자 외로이 남아있는 삶일지도.


이런 생각을 하니 나일 먹는 게 두려워졌다. 마음과는 다르게 신체는 기능을 하나 둘 잃어가고 그렇게 몸은 점점 쪼그라든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 살의 그때 그대로인데 왜 몸만 나일 먹는 걸까. 서글프다.


두 분 할머니의 쾌유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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