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넌 누구니?
어디서 왔을까? 이 귀염둥이는
2020년 9월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서 설비 점검을 위해 공장 출입문을 열었더니 어둠 속에서 '깨갱' 소리와 함께 작은 무언가가 세워진 지게차 뒤쪽으로 휙 도망치듯 뛰어가는 게 보였다.
'뭐지? 길 고양이인가?' 살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지게차 쪽으로 다가가자 너무도 작은 강아지 새끼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것이 나와 콩이의 첫 만남이었다.
어디에서 왔니?
넌 누구니?검은색에 가슴 부위만 아주 조금 흰색 털이 나 있어서 언뜻 반달곰 같은 외모를 풍기는 이 아이.
딱 봐도 태어난 지 몇 개월 안돼 보이는 이 새끼 강아지가 어쩌다가 우리 회사까지 오게 되었을까.
알아본 결과 직장 동료분이 아침에 출근해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는데 회사 뒤쪽에서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이 아이가 있는 걸 보시고 너무 어린 새끼라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데리고 오신 거라 했다.
회사 인근은 공장지대라 주택이 거의 없다.
아마도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렸거나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버리고 갔으리라.
회사엔 아침마다 오는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가 있는데 급한 김에 그거라도 일단 챙겨줬더니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그릇을 다 비워냈다.
너무 작은 아이라 위험한 공장시설 쪽에 둘 수가 없어서 일단 2층 사무실로 데리고 올라왔다. 좀 쉬라고 사무실 바닥에 쓰던 수건을 깔아줬는데 쉬기는커녕 여기저기 냄새 맡고 돌아다니느라 난리다.
역시나 새끼 강아지는 호기심이 많은가 보다. 사무실 여기저기를 막 돌아다니는데 난 혹시라도 무슨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며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보면 볼수록 참 예뻤다. 믹스견 같긴 한데 몸에 비해 다리가 가늘고 길었으며 눈빛이 너무도 순하고 똘망똘망했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가서 냄새를 맡거나 손을 핥곤 했다.
이 예쁜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혼자 남겨졌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 '이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직원분들과 얘기를 해본 결과 일단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쩌면 주인이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보호소에 연락을 하니 오후 1시쯤 회사로 방문해서 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일단 이 아이가 너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큰 박스를 하나 가져와 그 안에 넣어 두었더니 낑낑대며 울기 시작했다. 혹시나 혼자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가 싶어 나와 시선이 마주칠 수 있는 위치로 박스를 밀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나를 힐끗 보고는 편하게 박스에 누워 쉬기 시작했다. 이 어린 아이가 그런 걸 느끼는 걸까 싶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가 배달되었고 마침 반찬에 돼지고기 수육이 있어 살코기만 골라서 이 아이에게 몽땅 가져다주었는데 그 많은 양을 쉬지도 않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와... 이 작은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나 신기해하고 있을 때 이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불길한 마음에 얼른 따라가 보니 이런... 그새 두 번이나 응가를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응가를 세상에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전선 다발이 있는 곳에다 해버린 것이었다. 아이고야.. 고양이 사료에 방금 먹은 고기에 그래, 배가 아플 만도 했겠지.
이 녀석이 두 번째 응가를 하고는 자기 발로 밟아버리는 바람에 전선 다발이 있는 곳은 아주 쑥대밭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이 녀석을 잡아 물티슈로 발을 닦아 주는데 잘못했다는 건지 놓아달라는 건지 깽깽 대면서 네 발을 정신없이 흔들어 댔다. 겨우 발을 다 닦고 박스에 넣어 둔 뒤 이 녀석의 응가를 치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그냥 사무실 한가운데에 봐서 치우기가 수월했지만 전선 다발에 싼 두 번째는 치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단 그 작은 강아지 응가 냄새가 그렇게 지독할지 몰랐고 게다가 변이 좀 묽었는데 이걸 이 녀석이 막 밟아버려서 전선 다발 사이에 덕지덕지 붙어버렸던 것이다. 마스크를 써도 스며들어오는 냄새 때문에 숨을 참으며 겨우겨우 닦아낼 수 있었다. 아이고 힘들어라..
일회용 봉지에 그 흔적들을 다 넣어 묶고서 이 아이에게 보여주며 한마디 했다.
"야 인마! 이거 때문에 내가 개고생을 했다 개고생을!"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고 1시가 좀 넘자 보호소에서 사람이 왔다. 간단히 이 아이를 데리고 있게 된 경위를 얘기해 주고 서류에 사인을 하다가 이제 이 아이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서 문의를 했는데 돌아온 말이 꽤나 충격이었다.
보름 정도 주인 찾기와 새로운 입양처 공고를 내고 어디서도 연락이 없으면 안락사를 시킨다 했다.
안락사를 시킨다는 얘기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마치 이 얘기를 알아들은 듯 강아지도 케이지에 들어가서는 풀이 죽어 누워있었다. 얘가 무슨 잘못이라고 이렇게 가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걸까. 아이의 눈빛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서 보호소 분들이 떠나기 전 혹시나 안락사를 하게 된다면 꼭 전화 달라며 내 핸드폰 번호를 남겼다.
그렇게 이 아이와 나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나에게 다시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