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맞이하는 아침

굿모닝 콩아!!

by J브라운
잘 잤니 콩이야?


콩이야 여기 여기~ 하나 둘 셋 찰칵!

다행히 밤새 콩이도 잠을 잘 잔 것 같다.

전날 밤 거실 불을 꺼주면서 콩이가 잘 잘 수 있을지, 새벽에 깨서 짖지는 않을지 걱정이었는데 별다른 일 없이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고 맞벌이기 때문에 콩이를 텅 빈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일단 사무실로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켄넬에 패드를 깔고 콩이를 들여보내 놓고 마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콩이가 캔넬 안에서 응가를 했다. 잠깐 옷방에 다녀오면서 콩이가 켄넬에 잘 있나 들여다봤더니 바닥 쪽에 뭔가 덩어리 같은 게 보였고 혹시나 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응가를 했던 것이다.


일단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켄넬을 열었는데 음..

이 작은 대변에서 어떻게 이런 냄새가 나는 건지. 콩이가 응가를 밟아서 발도 닦아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비위가 좀 약한 편이라 켄넬에 깔린 패드를 치우면서도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했다. 켄넬 속 패드를 갈고 욕실로 가서 콩이 상태를 봤더니 다행히 발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 묻은 것 같진 않았다.


'아침부터 다이나믹하구만.'


그래도 출근 중에 이러지 않은 게 천만다행 아닐까. 출근 중 차 안에서 이랬다면 정말..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항상 아내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는데 오늘부터 콩이에 밀려 뒷자리 상석으로 밀려난 아내가 귀여운 질투를 했다. 미안 여보.. 그래도 콩이가 아직은 애라.


지하철역에 아내를 내려주고 콩이와 함께 회사로 신나게 출발다. 회사까지는 편도 70km 거리. 콩이에게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잘 버텨주길 바랄 뿐. 다행히 가는 동안에 콩이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중간중간 켄넬 틈으로 보니 넣어준 개껌을 뜯기도 했고 가만히 누워있기도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차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사무실로 데리고 오니 회사 동료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사무실에도 편히 쉴 방석을 준비했고 급하게 장난감도 구매해서 콩이에게 보여주었다. 아직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보호소로 가기 전에 여기 있었던 게 기억이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콩이는 또 여긴 어딘가 하는 눈빛으로 방석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내 자리 바로 옆에, 의자만 살짝 돌리면 보이는 곳에 콩이 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낯선 환경에 아직 적응 중인 건지 콩이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낮에 햇살이 좋아서 콩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혹시나 도망갈까 싶어 목줄을 채우고 회사 공터로 나갔는데 처음엔 겁이 나는지 바닥에 바짝 엎드려서 꼼짝을 안 했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코를 킁킁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바닥에 난 풀들을 입에 넣어보기도 하고(물론 깜짝 놀라서 얼른 빼 줬지만) 조금씩 산책하듯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그냥 뭔가 마음이 울컥했다.

얼마나 이렇게 나오고 싶었을까. 좁은 곳에 갇혀서 얼마나 답답했을지. 아직은 너무 어리고 접종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감기 기운도 있는 아이라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잠깐 정말 콧바람만 쐬고 서둘러 콩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콩아 이제 여기도 적응해야 해. 내일도 또 올 거거든.


이런 와중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사장님이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는 점이었다. 사장님이 출근을 매일 하시진 않지만 그래도 나오시면 콩이와 만나게 될 텐데 과연 어떤 반응이실지. 사장님이 사무실에 콩이를 두지 말라고 하시면 아직은 몸도 성치 않은 이 작은 아이를 밖에 둘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집에 혼자 둘 수도 없어 큰일이다. 다행히 오늘은 사장님이 나오시지 않았다.


콩이야, 다 잘되겠지? 일단 오늘은 이렇게 있다가 집으로 가자.


언제쯤 콩이도 바뀐 환경에 적응해서 밝게 지낼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아직은 풀이 죽어있는 모습뿐이다. 빨리 밝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집에 와서는 어제처럼 가만히 있진 않고 슬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콩이야 하고 부르니 아직은 자기를 부르는 건지 모르는 듯 가만히 있긴 하는데 간식으로 유혹하니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받아먹는다. 아직은 내 손길에도 적응이 안 된 듯하다. 거부하거나 도망가진 않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정도다. 마음은 괜히 급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잘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콩이를 위한 선택


밤에 잠자리에서 아내와 콩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일단 우리가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반려동물을 맞이한다는 게,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먼저 아내와 내가 의견 조율이 되고 서로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여야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콩이 같은 경우는 워낙에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지만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콩이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아내와 내가 출근하고 난 뒤 그 긴 시간을 콩이 혼자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가혹한 일일 듯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방법은 하나, 콩이를 입양 보내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는 듯했다. 일단 기침이 심하니까 잘 치료해 주면서 콩이를 사랑으로 키워 줄 가족을 찾는 수밖에 없다.

아내와 긴 시간 얘기를 나누면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이게 우리에게도 그리고 콩이에게도 최선의 선택일 것 같았다.


콩이야.. 내가 널 살린 건 잘한 일이겠지? 괜히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지진 않겠지? 행복하자 콩이야..

오늘도 고생했고 잘 자!!





이전 04화드디어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