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난 조금 편해진 거야?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렇게 보면.. 너무 귀엽잖아!!오늘은 새벽에 콩이의 낑낑대는 소리를 듣고 깼다.
콩이 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거실로 나와보니 콩이가 배변패드에 응가를 해놨고 나를 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콩이 이름을 부르면서 콩이를 와락 껴안았다. 이제 어느 정도 여기가 집이다 싶었던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이 눈에 익은 건지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콩이야 너무 고마워!
그리고 정말 놀랬던 건 강아지들이 배변활동을 할 때 조금 푹신하고 구석진 곳에 한다는 얘길 듣고 거실과 주방 구석진 곳에 배변패드를 여러 장 깔아놨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그곳에만 배변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 천잰가?
(물론 이곳저곳 엄청 많이 깔아놓긴 했다..)
콩이 덕에 아침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했다. 자 오늘도 함께 잘 지내보자!
회사에서도 콩이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 처음 봤을 때처럼 많이 밝아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선 그냥 조용히 누워있거나 방석 근처만 서성이곤 했는데 오늘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항상 내 시선 끝에는 콩이가 있고 일하느라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콩이가 보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콩이를 부르게 된다. "콩이야" 하고 부르면 저기서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 뛰어오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 이제 나를 함께 하는 가족으로 받아준 것 같아서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로 온 콩이는 연신 내 손가락을 핥고 그 작은 이로 내 손가락을 살짝살짝 깨물어댄다. "우이구 이 녀석아 이건 먹는 게 아니란다~" 하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다.
하루 종일 일하다 콩이 한번 보고, 또 일하다 콩이 한번 만지고 또 콩이 한번 부르고. 이 회사 입사 후 처음으로 업무시간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데
오후 늦게 사장님이 나오셨다.
살짝 긴장이 됐다. 사장님께서는 콩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기 때문에 어떤 반응이실지 걱정이 됐다.
사실 콩이를 데려오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업무시간에 콩이를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가였다. 3달 밖에 안된 아이를 집에 혼자 두기엔 내가 너무 걱정스럽고 못할 짓이었다. 혼자 얼마나 외로울까. 그렇다고 회사로 같이 출퇴근을 하려면 사장님의 허락이 필수인데 평소 사장님이 동물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이 오시고 드디어 콩이를 보셨다. 잠시 후 사장님께서 이 강아지는 뭐냐고 물으셨고 난 그간의 일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 얼마 후 나를 부르시더니 사무실에 강아지를 두는 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안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얘길 들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으니 며칠만 사무실 한구석을 조금 내어주시면 조용히 데리고 다니겠다고 말씀드려 봤지만 소용없었다.
하긴 어떤 사장님이 사무실에 직원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다는데 허락해 주실까. 이 아이가 회사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사장님께서 허락을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건 그저 내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내일도 내일이지만 콩이의 입양처를 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찾아보니 입양 사이트가 꽤나 많이 있었고 나름 유명하다는 사이트 몇 곳에 콩이 입양 공고를 올렸다. 제발 좋은 가족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진심을 다해.
집으로 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콩이도 내 맘을 아는지 켄넬 속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콩이야 우리 내일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정말 모르겠는데..넌 알고 있니? 알면 좀 가르쳐줄래? 입 밖으로 나오는 대로 혼잣말을 막 내뱉고 있었다.
내일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콩이를 집에 두고 간다면 거의 12시간 정도 콩이 혼자 있어야 한다. 밥을 제때 챙겨줄 수도, 약을 먹이지도 못한다. 이렇게 방치 수준으로 집에 혼자 두려고 이 아이를 데려온게 아닌데. 사장님이 안된다고 하신 이상 내일부터 데려가면 안 되는 상황인데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가 오고 사정을 얘기한 후 함께 머리를 맞대 봤지만 역시나 뾰족한 수가 없다.
일단 내일은 사장님이 안 오실 수 있으니 회사로 데려가서 직원분들과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함께 얘기하면 뭔가 방법이 생기리라.
그래 분명 어딘가에 답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