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를 위한 선택
언제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행복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자려고 누웠지만 많은 생각에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이렇게 혼자 둘 거면 보호소에서 괜히 데리고 온 게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그렇게 가는 것보단 살아있는 게 훨씬 나은 거지.. 삶이 죽음보다 못할 수 있을까.'
자꾸 내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고 콩이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
아니야 그래도 분명 무슨 길이 있을 거다.
밤새 복잡한 생각들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눈이 떠져서 아내 몰래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내가 나오는 소리에 콩이도 깨서 밥을 달라는 건지 놀아달라는 건지 모를 끙끙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콩이를 안아주면서 속으로 얘기했다 너무 미안하다고. 여러모로 부족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래도 너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회사 도착 후 동료들과 콩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눴다. 반려견과 오래 함께하신 공장장님께서 어리고 아픈 강아지를 혼자 집에 두는 건 안된다고, 최대한 빨리 입양처를 알아보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하셨다. 다른 동료들도 제대로 케어가 안 되는 상황이면 그게 나을 것 같다고, 그리고 콩이를 살린 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역시나 입양처를 빨리 찾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콩이를 보내지는 않을 거다. 비록 내가 끝까지 책임을 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얼마나 콩이를 아껴줄 수 있는지 판단하고 보내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최선을 다해 콩이를 돌봐 줄 거고.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사장님이 오늘은 출근을 안 하셨다는 것이다. 사실 사장님이 나오셨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안된다.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긴 했지만 만약 사장님이 나오셨다면 난 이 회사 입사 후 가장 큰 위기를 겪게 됐으리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콩이 복인 건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콩이는 회사에서도 활기찼다. 그래 콩아.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일단은 이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겠지? 그리고 분명 우리에겐 길이 나타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번 주말은 함께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집으로 왔더니 입양 공고를 올린 사이트 중 한 곳에서 콩이를 임시 보호해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현재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한 달 정도 임시보호를 해줄 수 있다고. 그리고 임시보호 중에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견과 잘 맞고 아이가 맘에 들면 입양도 가능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아.. 정말 죽으란 법은 없는 거구나.
그 분과 콩이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얘길 나눴다.
콩이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입양 공고를 올리게 된 지금 상황까지. 다행히 임시보호 경험이 많으신 분이었고 내 사정도 충분히 이해해 주셨다. 그리고 콩이를 살린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위로도 해주셨는데 일면식도 없는 그분의 한 마디가 나에겐 정말 큰 위안이 됐다. 다행히 집이 멀지 않았고 월요일 오후부터 임시보호가 가능하다고 해서 월요일 퇴근길에 콩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
그제서야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당장 월요일부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콩이 혼자 12시간이나 외롭게 보내게 될 수도 있었는데 보내는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자가 있고 콩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도 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싶었다. 임시보호 중에 그분 맘에 들면 그 집으로 입양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고 임시보호 기간 중에 또 열심히 새로운 가족을 찾으면 되니까.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갑자기 아쉬움이 확 밀려왔다. 어쩌면 콩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금),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3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직 콩이와 제대로 된 추억이나 시간을 보내본 적도 없는데. 이번 주말은 정말 콩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