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야, 주말이야!!
콩이와 함께 하는 첫 주말인데 공교롭게도 오후에 아내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이번은 어쩔 수 없이 콩이를 혼자 집에 두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결혼식은 오후 1시 30분. 집에서 12시 30분에 나갈 예정이고 집에 오면 4시 정도 될 것 같은데 그럼 콩이 혼자 4시간 정도를 보내야 한다. 너무 맘에 걸리고 미안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콩이가 집에 혼자 남았다는 걸 모르게 하고 싶어서 TV를 켜 놓고 콩이가 밥을 먹는 사이에 아내와 잽싸게 집을 빠져나왔다. 가는 내내 콩이가 눈에 아른거렸고 예식장에 가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온통 콩이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예식이 끝난 후 서둘러 밥을 먹고 집에 오니 오후 3시 30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콩이가 꼬리를 흔들며 뛰어왔다. 콩이야 미안해 잘 있었지? 정말 미안.
콩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순 없지만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너무나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에 일단 콩이가 좋아하는 간식도 많이 챙겨주고 또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은 엄마 생신이 있어 본가에 온 가족이 다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난 삼 형제 중 막내인데 형들도 다 결혼을 해서 큰형은 딸 둘, 작은형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서 나름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오늘은 본가에 이 대식구가 모이기로 한 날인데 거기에 콩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결혼식 때문에 혼자 있었던 콩이를 또다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콩이와 함께 본가로 향했다.
콩이를 데려간다는 얘기에 부모님은 무슨 강아지를 키우냐고, 돈도 많이 들고 집 안에서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면박 아닌 면박을 주셨다. 아마도 아이는 안 낳고 대신에 강아지를 키우려나보다 생각하셨겠지. 안 그래도 종종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고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주고 계셨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심히 마땅찮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짐짓 모른 척 콩이 사정을 말씀드리고 일단 데리고 가겠다 했다. 데리고 가서 불편하시면 베란다에 두겠다고.
켄넬과 배변패드를 비롯한 콩이 용품을 잔뜩 챙겨서 본가에 도착하니 조카들이 다들 강아지를 기다렸다며 반갑게 맞이해 줬다. 켄넬에서 콩이가 나오자 다들 너무 귀엽다고 난리였다. 마땅찮게 말씀하셨던 엄마도 막상 콩이를 보시고는 귀엽다고 좋아하셨다.
콩이는 정말 순해서 낯선 사람들이 다가와도 짖거나 하지 않는다. 꼬리를 흔들며 사람들의 손길을 잘 받아들인다. 조카들의 손길에도 겁먹거나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카들은 저녁도 대충 먹고 콩이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아이가 보호소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했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콩이를 보고 있으니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 품에 콩이를 안아보려고 난리였다. 콩이도 그새 적응해서 조카들과 잘 어울렸다. 엄마도 옆에서 그 모습을 보시며 하는 짓도 예쁘다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큰 형수님이 예전에 강아지 임시보호를 했던 적이 있으시다며 입양 사이트를 하나 알려주셨다. 그리고 콩이 살린 거 정말 잘했다고, 아마 콩이는 그렇게 살아날 운명이었을 거라며 걱정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콩이는 그렇게 갈 아이가 아니었고 분명 콩이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그리고 오늘은 콩이에게도 정말 행복했던 하루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 가족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콩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는 콩이도 피곤했는지 켄넬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기침약을 먹은 콩이는 웬일로 우리보다 먼저 자려고 방석에 가서 누웠다. 그 모습에 나와 아내도 거실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왔다.
아내는 아직도 콩이를 만지질 못한다. 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막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선뜻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만지지 못한다. 처음 콩이를 데려왔을 때 거실에 혼자 두면 무서워할 것 같아서 침실에서 같이 재우고 싶다고 했을 땐 정말 기겁을 했더랬다. 그래도 콩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지 말라고 반대를 안 한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울 뿐이다.
이제 콩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내일 하루밖에 안 남았다. 내일은 정말 나와 콩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을 꼭 만들어야겠다.
콩아 오늘도 고생했어~ 잘 자!!